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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처캐피털 경쟁적 벤처투자…부실 우려

중앙일보

입력

벤처캐피털들의 경쟁적인 벤처 투자가 자칫 부실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스닥 시장의 활황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가 쉬워지면서 벤처캐피털들이 결성하는 펀드 규모와 투자업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각종 테마펀드 결성을 통해 현재 5천억원 규모인 투자운용자산을 연말까지 1조원 수준으로 늘리고 투자업체 수도 현재 1백80여개에서 3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는 연말까지 투자업체수를 280개에서 5백여개로, 투자규모는 현재 3천500억원 수준에서 7천억원 이상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또 TG벤처투자는 현재 1천500억원 수준인 운용자산을 4천억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며 무한기술투자는 4월중에만 3개의 펀드를 결성, 투자규모를 1천200억원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벤처캐피털들은 이같은 투자 확대에 대해 국내 벤처산업의 팽창에 따라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소프트뱅크, 히카리통신 등 외국 거대자본들의 국내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로 맞설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들의 경쟁적인 벤처 투자가 벤처기업의 거품을 키우고 내실없는 투자로 이어져 결국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들 벤처캐피털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이달초 현재 3조3천억원 규모인 벤처투자펀드의 총규모는 연말까지 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첨단산업의 기반기술이 취약한 상황에서 투자규모의 확대에 상응할 정도로 내실있는 벤처기업의 수가 늘어날지는 회의적이라고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말했다.

우량기업의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투자규모만 늘어날 경우 벤처기업의 프리미엄만 지나치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투자 규모 확대가 부실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심사역들이 지나치게 많은 투자기업들을 관리하고 있는데서도 나타난다.

올해 들어 투자기업들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심사역 1인당관리업체 수가 10개를 넘어서 자칫 투자기업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벤처기업은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인력 조달, 마케팅,경영전략 등 전반적인 면에서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투자업체수가 늘어날 경우 이러한 역할이 소홀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털의 투자 확대가 부실 투자로 이어질 경우 최후의 피해자는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책임있는 자금 운용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거래소시장의 활황만을 믿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뮤추얼펀드의 3개월간 누적수익률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3월말 기준 -6.96%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뮤추얼펀드와 단순비교할 순 없지만 코스닥이 하락세를 지속할 경우 투자이익을 회수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벤처캐피털들이 규모 경쟁보다는 투자기법 선진화, 리스크 관리 도입 등 내실있는 투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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