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의 설움…전철역 계단에 앉았다가 체포

미주중앙

입력

#1. 지난 7월 9일 플러싱에 사는 A씨는 전철역 계단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경찰은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은 뉴욕시 규정에 위배된다며 그를 체포했다. 불법체류자였던 A씨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겨져 현재 수감 중이다.

#2. 뉴욕시 거주 B씨는 올해 초 한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옆 테이블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문제는 조금 뒤 온 경찰이 싸움에 가담하지 않았던 고객들을 포함, 술집 내 모든 고객을 연행해 간 것. B씨 역시 관할 경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ICE에 체포돼 현재 추방재판을 받고 있다.

#3. 뉴저지에 사는 C씨는 친구의 차를 타고 가던 지난해 말 속도위반으로 경찰에게 티켓을 받게 됐다. 문제는 합법체류자였던 친구와 다르게 불체자였던 B씨는 조수석에 탔음에도 경찰의 연락을 받고 나타난 ICE 요원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이들과 같이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는 데도 불심검문 등으로 인해 체포된 뒤 불체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르는 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이민변호사협회(AILA)는 17일 ‘무고한 이민자 체포하는 이민당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년여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로컬 경찰에 붙잡혔다가 ICE 요원에 체포된 사례를 127건이나 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범죄와 전혀 상관없거나 경미한 일로 체포됐다가 이민 당국에 넘겨진 경우다. 상당수는 추방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추방된 사례도 있다. 뉴욕은 7건, 뉴저지는 5건이 포함됐다.

AILA 보고서에서 “이민 당국은 지난 회계연도에만 40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했다”며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색출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상당수 무고한 이민자들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과 뉴저지는 아니지만 지역 경찰로부터 “난 네가 불체자인지 알아” “너를 네 나라로 돌아가게 할 거야”라는 등의 폭언을 들었던 경우도 있다.

AILA는 “연방 이민 당국은 미국에서 성실히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속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