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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롤스로이스가 전기차를 만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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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롤스로이스의 실험용 전기차 102EX. 총 중량이 3t을 넘지만 60㎞까지 가속하는 데 8초가 채 안 걸린다.


지난달 16일 오전 싱가포르 래플즈 대로에 위치한 아트 스페이스 행사장은 언론과 VIP 방문으로 북적거렸다. BMW그룹의 최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전기자동차 ‘102EX’가 고객에게 공개되는 날이었다. 실험용으로 단 한 대만 제작된 102EX는 올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롤스로이스는 이날 고객과 전문가의 시승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양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

 102EX는 롤스로이스의 기존 대형 세단 팬텀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실험용 전기차다. 보통 20만 파운드(약 3억4000원) 이상 가격대 차량을 ‘수퍼 럭셔리 카’라 부르는데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폴크스바겐그룹의 벤틀리, 그리고 롤스로이스가 이에 포함된다.

 이런 수퍼 럭셔리 카 중 102EX는 최초로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모델이다. 길이 5840㎜, 폭 1990㎜, 높이 1638㎜로 102EX는 거대한 차체다. 그런데 리튬 이온 배터리 팩과 두 개의 전기 모터로 움직인다. 배기량 6.75L의 V12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대신한 것이다. 가솔린 모델 팬텀에 비해 성능도 견줄 만하다. 총 290㎾(약 338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가솔린 팬텀은 최고 460마력의 힘을 낸다. 실제로 102EX를 몰아보니 정지상태에서 시속 60㎞까지 도달하는 데 8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호주 자동차 전문지 ‘카 어드바이스’의 칼 페스켁 기자는 “일반 가솔린 팬텀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모르겠다”며 “무게감 있고 조용하다”고 평가했다. 배터리는 충전기로 20시간 충전할 경우 최대 200㎞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를 재충전할 땐 5개의 핀으로 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대형 세단을 생산하는 롤스로이스가 친환경 전기차를 개발했다는 것은 의외다. 수억원대 차를 구입하는 롤스로이스 고객들이 얼마나 연비 효율성을 따질 것이며, 치솟는 유가에 민감해 할까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가솔린 팬텀은 4㎞를 주행하는 데 1L의 기름이 필요하다.

 할 세루딘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지속 성장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며 “내연기관이 아닌 대체 구동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개발에 참여한 한 엔지니어도 “세계 자동차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라 롤스로이스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해 전기차를 시험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용 전기차 개발은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롤스로이스 고객들을 위해 최상의 고급 전기자동차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102EX 양산은 아직 미지수다. 올해 약 500명의 고객·전문가·기자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해 평가 내용을 토대로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

싱가포르=이은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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