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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다 깨끗한 인터넷 화면 첫 개발

중앙일보

입력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볼 때 화면이 끊어짐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동영상은 정보량이 많아 컴퓨터가 그것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기 때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영상 압축·복원 알고리즘(압축기술)’이다.

그런데 이 압축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기업이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4월 갓 출범한 한국미디어산업기술(K-MEDIA·대표 정병철·41·www. kmedia.co.kr)이 바로 그 회사. 현재 인터넷상에서 운용되고 있는 동영상 압축률은 30~70배 정도가 고작인데 K-MEDIA가 최근 개발한 ‘애니스트림(AniStream)’은 3백배 이상의 압축률을 실현했다.

애니메이션을 겨냥한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인터넷상으로 TV만큼 깨끗한 화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사는 또 인터넷으로 만화 정지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애니툰즈(AniToons)’도 개발했다. 인터넷 상에는 만화를 유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나 화질이 깨끗하지 않고 장이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들이 있었으나 애니툰즈의 등장으로 이러한 사이트들의 고민이 말끔히 해결됐다.

이 회사 정병철 사장의 야심은 국내시장 석권에 있지 않다. 그는 “한국 제품이 리얼플레이어(Real Player)처럼 인터넷을 타고 세계 곳곳에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애니툰즈나 애니스트림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겨냥한 제품으로 실사(實寫)동영상을 보여 주는 리얼 플레이어와는 분야가 다르지만 사실 리얼 플레이어를 압도할 만한 기술을 곧 선보일 것이란 게 이 회사 관계자의 귀띔.

K-MEDIA는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동영상 압축기술을 한·미·일 3국에 특허출원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국민벤처펀드 제1호’와 아스텍창업투자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아직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사업제휴나 제품판매 문의가 쇄도해 직원들은 이어지는 야근에도 피곤함을 잊을 정도다.

애니툰즈의 이용범위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만화를 제공하는 인터넷 만화방, 각종 그래픽 파일을 인터넷상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갤러리, 사이버 교육, 사이버 프리젠테이션 등 매우 넓다. 애니스트림은 한 차원 높은 인터넷 방송과 미디어를 실현할 전망이다.

지난해 2억원에 그쳤던 이 회사 매출액도 올해 3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 판매도 판매지만 사업제휴를 통한 장래 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이텔의 만무방(만화무협서비스)과 제휴해 수익금의 일부를 받기로 했으며 사이버 유치원(gokids.co.kr) 등과도 비슷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K-MEDIA는 ‘안방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테헤란 밸리(한국), 실리콘 밸리(미국), 비트 밸리(일본), 차이나 밸리(중국) 등이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으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정사장은 “아직 한국 기술이 세계적으로 초일류라고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세계적인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마케팅 구상을 밝혔다. K-MEDIA는 실제 미국과 홍콩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일본 시장은 투자회사인 비아이넷을 통해 공략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유력 출판사인 쇼각칸(小學館), 인기만화잡지 ‘쇼넨(少年)점퍼’등에서 합작회사 설립제안이 와있는 상태.

세계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 경우 내년에는 매출액이 3백억원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정사장은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선교사업 등을 통해 부가 사회로 환원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사장은 직원채용 때 반드시 선교사업을 함께 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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