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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타열전 (7) - 랜디 존슨

중앙일보

입력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208cm의 장대같은 키에서 내려꽂는 100마일에 가까운 속구, 예리한 각도로 휘어지는 80마일후반의 슬라이더, 때로는 타자들을 위협하는 100마일의 빈볼성 투구. 랜디 존슨이 자랑하는 3대피칭무기이다.

랜디 존슨. 그의 카리스마와 갈기머리에 콧수염을 기르는 기인적인 외모스타일은 많은 메이저리그팬들에 회자되어오고 있다.

초창기 랜디 존슨은 빠른 볼에 제구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흔히 말하는 '공포특급'에 불과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닥터K'인 놀란 라이언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후 랜디 존슨은 일취월장의 기로를 걸었다. 탈삼진이 유난히 많은 그의 투구스타일이 놀란 라이언의 그것과 비슷하게 된 것도 그의 가르침의 영향이었을까.

85년에 드래프트 2라운드로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입단한 후 87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하였다. 8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88,89년 2년동안 각각 3승, 7승 13패를 거두면서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투수로 여겨졌다.

89년 중반에 시애틀로 이적한 후 90년부터 14승을 거두면서 일약 우수투수의 반열에 오른 랜디 존슨은 90년부터 95년까지 6년연속 10승이상을 거두면서 90년에 거둔 14승이 우연이 아닌 실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꾸준히 입증시켰다.

이기간중 92,93,94년에 각각 241개, 308개, 20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여 3년연속 탈삼진타이틀을 차지하며 놀란 라이언에 버금가는 차세대 닥터K로 부상했다.

95년에 랜디 존슨은 생애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18승2패에 방어율 2.48, 29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절정의 실력을 과시했고 그해에 소속팀 시애틀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해 AL 사이영상을 수상하였는데 이는 시애틀구단의 야구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내리막은 대부분 부상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게되는데 94년을 제외하고 90년부터 95년까지 연속으로 200이닝을 던지며 '고무팔'의 모습을 보여준 랜디 존슨은 96년에 등부상에 시달리며 5승만을 거두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면서 한해를 마감했다.

부상을 이겨내며 절치부심한 그는 97년에 20승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하여 한시즌동안 잊혀졌던 그의 존재를 다시한번 강하게 각색시켰다.

하지만 98년 상반기 저조한 성적(7승8패, 5.06의 방어율)에 적지 않은 나이, 고질적인 등부상으로 시애틀은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내셔널리그의 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새로운 선수생활을 맞이했다. 휴스턴에서의 성적은 12승 3패, 1.37. 조금만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곧바로 그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곧바로 만회하며 오히려 예전의 기록을 상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애리조나로 이적한 99년. 그는 또하나의 대기록을 만들었다. 95년 AL 사이영상 수상에 이어 올해 휴스턴의 마이크 햄튼과 막판까지 치열전 접전을 벌이다가 NL 사이영상을 수상, 역대 2번째의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리스트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즌중반 팀타선이 터지지않아 한때 34이닝 연속무득점지원을 받아 5경기 평균 0점대의 방어율에도 패만 쌓였지만 7월 21일 대시애틀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면서 다시 착실히 승을 쌓아나가 한시즌을 훌륭하게 마감했다.

그의 카리스마와 결정력높은 투구와는 달리 그에게도 한가지 징크스가 있다. 한국의 국보급투수 선동열이 포스트시즌에 약했던 것처럼 그에게도 버릴 수 없는 '포스트시즌 징크스'가 있었다.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5연속패배를 기록한 랜디 존슨은 올시즌 디비전시리즈 메츠전에서 나름대로 호투했지만 또다시 패배, 포스트시즌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랜디 존슨의 위협투구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가 있다. 97년 올스타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콜로라도의 강타자 래리 워커가 좌타석에 들어섰을때 랜디 존슨의 첫구가 워커의 얼굴쪽으로 날아오자 겁에 질린 워커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헬멧을 거꾸로 쓰며 우타석으로 바꿔 들어선 일은 그의 빈볼성 위협구에 따라다니는 유명한 일화이다.

208cm의 훤칠한 키에서 비롯된 별명이 'big unit'인 랜디 존슨은 98년 애리조나와 4년간 5,240만불에 연봉계약을 하였고 내년시즌에도 그렉 매덕스와 더불어 NL 사이영상 부문을 다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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