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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수수료 먼저 입금하라” 100% 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대전시 동구에 사는 A(36·여)씨는 올해 6월 생활정보지 광고에 실린 한 대부업체에 휴대전화로 대출(1000만 원)을 신청했다. 청소원 등으로 생계를 잇던 그는 생활비도 없어 매달 쩔쩔맸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 월급(100만 원)으로 두 자녀의 학원비 조달도 벅차다”고 말했다.

 A씨는 대출금의 10%인 수수료 100만원을 먼저 입금해야 대출할 수 있다는 상담원의 요구에 따라 업체가 제시한 계좌로 돈을 보냈다. 다음날 A씨는 “100만원을 더 입금하면 2000만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상담직원의 전화를 받고는 다시 입금했다. 하지만 일주일을 넘게 기다려도 업체로부터 입금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A씨는 대출금이 언제 입금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전화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혼을 며칠 앞둔 B(30·여)씨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그는 올해 4월 결혼 준비금을 마련하려고 생활정보지 광고에 나온 한 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 이 업체 역시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4월 14일부터 닷새 동안 모두 13차례에 걸쳐 4580만원을 B씨에게 받아 가로챘다.

 대출 이전 수수료 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의 대출빙자 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생활정보지 등에 대출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연락해 온 신용불량자 등을 상대로 선납 수수료만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강모(35)씨 등 1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자만 모두 750명이고, 피해액도 1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기단은 여관이나 원룸을 얻어 ‘대출 상담’과 ‘광고 의뢰’, ‘현금 인출’ 등 역할을 분담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범행에는 속칭 ‘대포폰’ 30여 개와 ‘대포통장’ 70여 개를 이용했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한국 대부금융협회’에 등록된 대부업체 명의를 도용해 전국의 생활정보지와 현수막,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 7%의 이자로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사기단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와 일용직 노동자, 식당 종업원, 출산을 앞둔 산모 등을 노렸다. 경찰은 정상적인 대부업체는 먼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는 만큼 선납을 요구하면 100% 금융사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충남경찰청 양철민 광역수사대장은 “주요 생활정보지 측에서 대부업 등록신청자의 휴대전화 실명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차명 또는 대포폰이면 대부업 광고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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