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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전기차 ‘2분 충전’ 시대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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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휴대전화나 전기차의 배터리를 단 2분 만에 충전(充電)이나 방전(放電)할 수 있는 2차전지(Secondary Battery) 전극(電極)용 신소재가 개발됐다. 단시간 충전으로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다량의 전기를 짧은 시간에 방전시킴으로써 전기차의 경우 상당한 수준까지 출력(出力)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충·방전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이다.

 울산과학기술대 친환경에너지공학부 조재필(44·사진) 교수와 LG화학기술연구원 배터리연구소는 공동으로 이런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2차전지 개발 경쟁에서 국제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원천(源泉)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연구 결과는 응용화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국제판 16일자에 특별(VIP) 논문으로 실렸다.

 2차전지의 충·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소재 ‘나노(nano·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튜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아주 가느다란 게르마늄(Ge) 선 표면에 극미세 안티몬(Sb) 입자를 바른 뒤 700도로 가열했다. 그러자 게르마늄 선 중심부에서 지름 200나노미터(㎚) 정도의 구멍이 뚫린 나노튜브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리튬(Li) 2차전지를 만들 때 이 나노튜브를 사용했다. 그 결과 기존 2차전지보다 200배나 많은 전류를 흘려 단 2분 만에 충전이 완료됐다. 기존 전지의 경우 30~60분 정도가 걸린다. 4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뒤의 충전 용량 유지율도 98%나 됐다.

 이 신소재가 상용화되면 주유소나 가정에서 짧은 시간에 충전할 수 있고, 언덕을 오를 때도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낼 수 있는 ‘힘센 전기차’ 개발이 가능해진다. 그 밖에 2차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을 고속 충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조 교수는 “기존에 발표된 반도체 실리콘 나노튜브의 합성 방법은 대량생산이 어려웠으나 이번에 그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며 “2차전지 전극 소재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2차전지 시장은 약 200억 달러(약 22조원), 전극소재 시장은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2차전지=한 번 쓰고 난 뒤 충전해 다시 쓸 수 있는 전지(電池)를 말한다. 1회용 전지는 재충전할 수 없다. 휴대전화와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된다. 니켈카드뮴전지·니켈수소전지·리튬이온전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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