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자 90만원 … 24세 대학생의 고금리 분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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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 등록금과 대부업체 고금리에 고통을 겪고 있는 이지호씨.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까지 한 그는 “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얼굴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전문대에 다니는 이지호(24)씨는 지난해 여름 대부업체에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았다. 군 제대 후 공사현장 등을 전전하다 한 대형마트 협력업체에 취직해 일하던 중이었다. 등록금 360만원 중 절반을 회사에서 지원받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 전문대에 입학했다.

 그런데 2학기가 되자 장학재단 측은 “이씨의 소득 수준과 이씨가 신청한 대출 프로그램이 맞지 않는다”며 추가 대출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이씨에게 맞는 대출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지 않았다. 행정적인 이유로 학자금 대출 길이 막힌 이씨는 은행 문을 두드렸다. 부모가 빚 보증을 잘못 서 가정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거래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학자금 180만원을 빌리려고 찾은 대부업체에선 “신용등급을 올려 대출을 받게 해 줄 테니 400만원을 빌리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했다. 이자는 연 44%였다.

 “2006년 지방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적이 있어요. 1년을 다니다 등록금 380만원이 버거워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대학을 마치고 싶었습니다.”(이씨)

 올해 1월 이씨의 아버지가 폐렴으로 숨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장례비 300만원을 만들다 보니 대출이자 납부가 두 달여 연체됐다. 그러자 빚이 500만원으로 늘었다. 그 후 어머니 병원비가 불어나면서 생활비가 막막해졌다. 이씨는 다른 대부업체를 찾아가 400만원을 더 빌렸다. 빚이 900만원으로 늘자 한 달에 이자만 70만원 정도 됐다.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400만원을 빌리면서 1300만원이나 되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월급이 95만원인데 이자를 90여만원 내고 나면 통장에 고작 1만원이 남는다. 이씨는 결국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이씨는 “지난해만 해도 이렇게 어려워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자가 40%나 되는 대부업체에서 누가 돈을 빌리고 싶겠어요. 은행에선 거래실적을 내놓으라는데 형편 어려운 사람이 어떻게 카드를 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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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대학생 5만여 명이 대부업체에 800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대출 용도는 학자금(42%)과 생활비(25%) 등이었다. YMCA 시민중계실 김혜리 간사는 “작년 한 해 1만8000여 명의 대학생이 정부 보조를 받는 학자금 대출 신청 대상에서 탈락해 대부업체로 몰렸다”며 “대부업체 금리를 낮추고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66㎡(약 20평) 외할아버지 집에 일가 친척 5명과 함께 살고 있다. 1주일 중 월·화요일 이틀은 대학에 나가고, 수·목·금요일 3일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 모자란 등록금은 여동생이 대학에 가기 위해 모은 돈으로 채워 넣었다. 이씨는 이자 스트레스와 동생에 대한 미안함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오늘 아침 TV에서 처음 본 광고가 대부업체 광고였어요. 하지만 빚의 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이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뒤에야 대부업체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며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보다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 나 같은 경우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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