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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태 “해외에 고로 제철소 세워라” 장세주 “아버지 10년 만에 해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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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2대에 걸친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의 꿈을 이뤄냈다. 11일 브라질 세아라주 페셍 산업단지에서 제철소 전용 ‘송원부두’를 준공한 것. 송원은 장 회장 선친인 장상태 회장의 호다.

장상태 회장(左), 호세프 대통령(右)

동국제강의 브라질 현지 CSP제철소 프로젝트가 11일 부두 준공식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이로써 장세주(58) 동국제강 회장이 해외 고로 제철소 건설의 꿈에 돛을 달았다.

 회장 취임 10년 만에 선친인 고 장상태 회장(1927~2000년)의 유지인 ‘철광석 조달지에 직접 제철소를 세워라’는 숙원을 일궈낸 것이다.

 이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제철소 건설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 발전의 교두보”라며 “연방정부는 제철소가 가동될 때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장 회장은 “10년 공을 들인 브라질 제철소가 이제 첫 삽을 떴다”며 “세계 최대 철광석 기업인 발레와 세계 최고 철강 기술의 포스코가 참여해 2015년에는 최강의 경쟁력을 지닌 고로 제철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지우마 대통령은 ‘송원 부두(Cais Song-Won)’라고 지은 부두 명판식을 장 회장에게 수여했다. 송원은 부친인 장상태 회장의 호다. 브라질에서 한국어로 지역 이름이 된 첫 사례가 됐다.

 10년간 총 8조원이 투자되는 브라질 CSP제철소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삼자 동맹’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철광석의 공급은 현지 기업 발레가 맡는다. 또 고로 건설과 기술은 포스코가, 최종 제품인 슬래브(판 모양의 철강 반제품) 수요는 동국제강이 흡수하는 방식이다. 원료부터 철강 완제품까지 주주기업들이 모두 흡수하는 최초의 철강기업인 셈이다.

 동국제강의 합작법인 지분은 30%로 발레(50%)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발레와 포스코(20%)를 프로젝트로 끌어들이는 등 CSP제철소를 세우는 데 처음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장 회장이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 제철소 건립에 뛰어든 것은 회장 취임 첫 해인 2001년부터다. 같은 해 9월 장 회장은 취임일성으로 “해외 제철소 건설만이 미래를 보장해준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78년 말단직원으로 입사해 다른 사원들과 똑같이 매일 현장에서 라면을 먹고 밤샘 일을 하면서 회사 사정을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던 덕분이다.

 동국제강은 71년 일본에서 슬래브를 구매해 이를 가공해 국내 처음으로 선박용 후판을 생산했다. 문제는 일본 제품의 가격과 공급량이 들쑥날쑥 했던 것. 상황이 이렇자 동국제강은 공급선 다각화에 나서 80년대 후반에 브라질로부터 슬래브를 공급받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로 제철소가 없다는 한계 탓에 슬래브 확보 문제로 노심초사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됐다. 장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해외 고로 제철소 건설 의지를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동국제강은 당초 고로가 아닌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기로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전기로는 타산을 맞출 수 없었다.

 당시 일본·중국의 철강 메이커들은 이런저런 브라질 제철소 건설을 연달아 연기했다. 이때 장 회장이 직접 나섰다.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의 발레와 주정부, 연방정부에 변함없는 사업의지를 각인시켰다. 2007년 11월 룰라 대통령과 만나 “우리의 꿈을 믿고 지지해 준다면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룰라 대통령은 동국제강과 발레의 상호협력 조인식을 주재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동국제강과 발레는 5개월 뒤인 2008년 4월 브라질 현지에 CSP라는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며 위기를 넘겼다.

지난해 11월 시드 고메즈 브라질 주지사가 서울 을지로1가 동국제강 본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장 회장이 직접 안내를 맡았다. 건물 로비에 건립된 선친 흉상 앞에서 그는 ‘브라질 제철소 꿈은 아버지로 인해 잉태됐다’며 그간의 사정을 상세하게 들려줬다. 고메즈 주지사는 귀국 즉시 동국제강의 2대에 걸친 집념을 호세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태진 기자

◆고로 제철소=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넣고 불을 지펴 쇳물을 뽑아내는 공법이다. 쇳물은 바로 사용할 수 없고 불순물 제거와 용도에 맞는 제강 공정을 거쳐 슬래브 같은 철강 반제품이 된다. 전기로는 한 번 사용된 고철을 재활용하는 방식에서 고로 제철소와 구분된다. 고로(高爐)란 이름은 철광석을 녹이는 용광로의 크기가 매우 높아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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