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사당 쳐다보는 검찰 만들려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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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검찰의 ‘빅4’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과 공안부장에 호남 출신을 배려하겠느냐”고 물었다. 그제 열린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말이다. 박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장, 법무부 검찰 1과장도 거론한 뒤 “그런 탕평인사를 행동으로 보일 때 장관으로 성공할 것이고, 나도 존경하고 믿겠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탕평인사와 공평인사”를 약속했다. 공직 인사에서 지역 안배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능력과 자질도 따지기 전에 검찰 핵심 보직에 특정 지역 출신을 기용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

 권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면 검찰 인사가 뒤따를 것이다. 빅4 자리와 ‘검찰의 꽃’인 검사장에 누가 될지는 최대 관심거리다. 빅4의 인적 구성과 성향은 향후 검찰의 사정·수사 방향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굵직한 사건을 도맡는 중앙지검 특수부와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 1과장도 출세 코스로 통하는 요직이다. 이런 자리들에서 지역 안배는 특정 지역 출신의 요직 장악을 견제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장치로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정치인이 인사 형평성을 주장하는 건 언뜻 일리(一理)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 휘둘리는 인사는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의 ‘은덕’을 입고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라면 ‘보은’의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없어 비리를 적발하더라고 그런 권력을 향해 수사의 칼을 들이밀 수 없다. 설령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능력으로 발탁됐는데도 박 의원에게 잘 보여 보직을 얻었다고 구설에 오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박 의원이 지역 주민 표를 의식해 던진 립서비스라고 여기고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은근히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면서 검찰을 길들이려는 속셈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력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막아내야 한다. 검사들이 정치권이나 바라보게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