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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나쁜 성격 안겨주는 진원지는 어릴 때 '이것'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비만한 아동은 정상 어린이에 비해 대단히 공격적인 편이다. 이것은 소아비만 리얼리티 수퍼키즈에서도 뚜렷히 관찰되었듯이 소아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반항하고자 하는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측면과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가 공격성으로 나타나 반항장애로 진전되는 두가지 측면을 가진다.

반항장애란 거부적·적대적·반항적 행동양상이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되고, 그러한 행동이 사회적 또는 학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같은 또래에 비해 문제행동이 더 자주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비만한 아동은 장차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된다. 각종 연구조사를 종합해보면 비만한 아이들은 훗날 담배나 약물 의존, 우울증,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사회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식이장애 등 다양한 정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그림은 비만인과 메탐페타민(일명 엑스터시) 사용자의 대뇌 PET사진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만인의 경우 대뇌 보상회로에서 과식이 엑스터시 사용자와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알 수 있다.

대규모 추적 조사에 따르면 9-10세 아동 중 비만 아동은 13-14세가 됐을 때 심각할 정도의 자존감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과학 최고 권위지인 Pediatrics(소아과학)지에 실린 듀크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릴 때 비만인 아동이 성인비만이 되었을 경우 반항장애를 가질 확률이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 비해 2.5배에 달했다.

호주 멜버른 아동연구소 조앤 윌리엄스 박사팀 역시(1500명의 어린이들을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몸무게가 평균 체중을 넘는 순간부터 우울, 분노, 반항적인 행동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한다. 이렇게 비만은 어린이들에게 아이들 자신이 결코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나쁜 성격들을 안겨주는 진원지이다.

나는 스토리온 채널의 수퍼키즈의 주치의를 맡으며 비만 어린이들을 집단적으로 만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한 명 한 명씩 비만 어린이들을 접했을 때는 그리 느끼지 못했던 그들의 성향을 수백 명을 집단적으로 만나며 단박에 체감하고 또 분석할 수 있었다. 보다 집적적이고 대규모 형태로 나타나는 비만 어린이의 사회성 결여, 소아우울증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소아비만 어린이들이 겪는 성격 문제는 장차 생길 장래의 일만은 아니었다.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뚱뚱한 외모 때문에 놀림감이 되거나 왕따를 겪는 일이 지금도 아이들의 또래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한 여아는 자신을 지방덩어리로 놀리는 친구들에게 뿌리 깊은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비만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사회적분위기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차별과 무시는 결국 비만아동이 가지고 있는 공격성을 극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비만아동들이 자신의 비만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기 주도적으로 변화와 노력을 시도할 때만이 가능하다. 어린이들은 고착화되어있지 않고, 지방세포수도 아직은 개체성장중이기 때문에 적절한 지도와 훈육이 주어지면 백퍼센트 환원가능하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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