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헬스코치] 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자세

중앙일보

입력

암을 이기는 정보

암이란닷컴 대표
최상규

한국의 의사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엘리트 집단이라 칭해지며 자칫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일례로 환자들은 진료실에서 의사 앞에만 있으면 긴장이 되고, 미리 질문하려고 기억해둔 것도 말하지 못하고 의사의 질문에만 답한 적이 있다고 한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가 한국의료시스템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문구인데 이는 의사의 격무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로인한 환자의 불만을 의미하기도하며, 병원 운영진으로서는 병원의 매출과 직접 관련 있는 일이기도하다.

대형병원들을 가보면 정말 여기가 병원인지 아님 세일기간 중에 있는 백화점인지 모를 정도로 환자들이 넘쳐난다. 의사들이 우스개로 하는 소리에 병원을 전국구와 지역구로 나누는데 대형병원이 전국구병원이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고 예약환자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2-3분 의사와 인터뷰하고 다음 외래 순서를 잡고 검사예약을 하고 집으로 가게 되는데 이런 행위 자체만해도 환자가 파김치가 된다. 건물은 또 얼마나 크고 넓은지 환자의 동선을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해도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보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지치기 마련이다.

암진료의 경우 요새는 다학제진료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과거에는 위암이면 소화기내과에서 진단을 하고 환자를 외과로 넘겨서 수술하는 진료시스템이었지만, 요새는 관련된 모든 과가 특정한 진료일을 잡아서 환자나 보호자를 앞에 두고(혹은 의료진만이라도) 각과 의료진들이 모여서 치료방향을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즉, 과거의 ‘의사-base 시스템’에서 갈수록 ‘환자-base 시스템’으로 진료의 편의성을 환자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경우 의사와 환자사이의 관계, 즉 라뽀(rapport·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신뢰)는 아직도 제대로 정립되어있지 못하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고, 환자의 책임도 있고, 언론의 책임도 있지만, 의사의 책임 또한 만만하지가 않다. 과거 의사들의 황금기라는 60~70년대의 낡은 고정관념과 틀을 깨지못하고 체제나 사고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내려오거나 설사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해도 아직도 의사들의 머릿속에는 환자를 진료의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수혜를 받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횡적인 소통보다는 종적인 상하관계로 여기는 풍토이며 특히 나같이 암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그런 부분이 더할 수도 있다.

암환자들은 특성 상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있고 치료를 시작해서 끝내기까지 여러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기 때문에 다른 일반 환자와는 또 다른 부분의 진료가 필요하다. 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암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잘못하면 우울증이나 피해망상으로 빠져드는 일도 드물지 않다.

다학제 시스템이 결국은 해당 질병에 대한 임상 각과가 모여 한꺼번에 추후 치료를 결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경제적인 부분은 제외되기 일쑤이다. 그 이유는 의사가 경제적, 심리적인 부분까지 모두 관리하는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뿐 아니라, 시간적인 제약으로 세세한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방법은

첫째, 의사의 환자에 대한 감성적 이해이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다양한 측면에서 긴장된 환자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일이다. 이는 특별한 시간이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환자를 종적인 상하관계에서 횡적인 진료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사업과의 참여가 필요하다. 환자가 의료진에게 차마 설명못하는 경제적 부분은 환자의 또 다른 위축이나 불만표출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엉뚱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가 있다. 의사는 사회사업과와의 협조하에 환자들에게 미리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공개적 창구를 마련해 줌으로써 환자의 신뢰나 친밀도를 더 높일 수가 있다.

셋째, 임상심리사나 신경정신과의 협조이다. 암환자들의 심리변화는 경우에 따라 매우 심각하다. 외국에서는 psycho-oncology라고 하여 종양정신과분야가 따로 있으며 이를 전공한 의사들이 환자진료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도 현재 일부 몇몇 암센터에서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선택의 부분이 아니라 필수진료부분이다. 이따금 보도되는 암환자의 자살이나 일상 진료에서 보는 암환자의 심각한 우울증은 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담당의사나 병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일산의 관동대학교 명지병원 암센터(담당:오도훈 교수)에서는 방사선치료시에 미리 준비된 개별인식카드를 치료실 입구에 스캔하고 치료실에 들어가면 환자가 원하는 색상으로 조명이 변하고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환자 가족의 사진이나 영상이 치료실에서 환자에게 보여지는 환자-base의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결국 환자와 의사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게 된다.

의사는 환자에게 마치 터널속의 램프처럼 환자에게 일정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훌륭한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환자에게 의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긍정(positivity)과 웃음 (smile) 이어야 한다.

암이란닷컴 최상규 대표

'암을 이기는 정보'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