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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다카하시 료스케 (高橋良輔)

중앙일보

입력

다카하시 료스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메카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알아야 할 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유명한 감독이다.

토미노 요시 유키(〈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간다 다케 유키 (〈은하 표류 바이팜〉)와 더불어 80년대를 풍미한 3대 메카 감독으로 꼽히는 그에 대해서 알아보자.

1943년 도쿄에서 출생한 그는 어릴 적 꿈이 장난감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애니메이터가 되었고 자신이 만든 메카 시리즈 때문에 장난감 제조회사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된 것을 보면 자신의 꿈을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데스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데스카 오사무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경험과 프로덕션 경영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무시 프로덕션의 스케줄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의 작품과는 다른 면이 있다.)
1967년 〈오공의 대모험〉에서 시작한 그는 〈리본의 기사〉, 〈길 잃은 태양〉등의 순정만화 애니메이션과 〈만화 위인전〉등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이기 시작한 작품은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원작만화 (〈신 사이보그 009〉 TV시리즈-1979년) 를 맡으면서 부터이다. 〈신 사이보그 009〉는 원작보다 더 세련된 캐릭터와 함께 사이보그들의 존재론적 고민까지 보여준 작품으로 일본 '사이버 펑크' 장르의 맥을 이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후 '다카하시 료스케'는 감독의 역할보다는 다른 작품의 스탭으로서 활동했으며 1981년 TV시리즈 〈태양의 어금니 더글랩〉에서 감독을 맡으면서 메카를 자신의 주 장르로 선택하게 된다.
선라이사의 전형적인 메카 성격을 지닌 이 작품을 통해 메카감독으로 재능을 보인 다카하시 료스케는 바로 〈장갑기병 보톰즈〉의 감독을 맡으면서 메카감독으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다.

〈장갑기병 보톰즈〉는 선라이사의 메카시리즈 중 가장 허무주의적 작품. 전쟁이 막 끝난 미래의 어느 도시에 전투용으로 쓰이다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로봇들이 넘치면서 사람들이 그 로봇을 가지고 일정한 룰을 만들고 서로 싸우는 스포츠가 생겨난다.
다카하시는 2차 대전에 쓰이던 지프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쓰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이 작품 속에는 서부극 같은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메카들은 상당히 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다카하시는 메카 디자인을 할 때 스토리에서 명확한 역할을 가져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라이사의 '토미노 요시유키'가 그려내고 있는 메카보다는 멋있지 않지만 현실적이고 친근한 멋을 풍긴다. 여기에 등장하는 '키리코'는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는 전쟁밖에 모르는 청년이다. 전쟁이 끝나버리자 사회체제에 적응을 하지 못한 키리코는 자신의 로봇을 몰고 로봇끼리 전투를 벌이는 스포츠에 끼어 들게 된다.

이 스토리의 설정은 청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들어서는 한 젊은이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키리코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서 용병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로 변해 버렸다.

이 작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힌 다카하시 료스케는 〈기갑계 갈리안트〉와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를 계속해서 시리즈 물로 만들면서 80년대를 풍미하게 되고 이때 다카하시는 메카 4부작을 완성하게 되는데, 바로 이 작품들이 〈태양의 어금니 더글램〉,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기갑계 갈리안트〉, 〈장갑기병 보톰즈〉등 이다.

그는 〈기갑계 갈리안트〉 에서 로봇을 갑옷의 대체물로 싸우는 중세 기사 이야기를 SF로 그려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에서는 전투기를 닮은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메카에 대한 그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이후 〈마법 동작왕 그랑죠〉(1989), 〈기동전사 0083(Star dust Memory)〉(1989) 등에서 스탭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메카 장르가 아닌 작품 〈감벽의 함대〉(1993),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1992) 같은 작품에서도 참여하면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3년 마츠모토 레이지가 작가생활 40년을 기념하여 만든 애니메이션 〈코크피트 (The Cockpit)〉(1993)에서 감독을 맡으면서 다시 팬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카하시는 이 작품에서 각 화마다 다른 감독들에게 맡겼는데 제 1편 〈성충기류〉는 기동전사 건담 0083(Stardust Memory)의 감독인 '이마니시 다카시'가, 제 2편 〈음속 뇌격단〉은 〈요수도시〉 〈쥬베인 풍첩〉으로 잘 알려진 가와지리 요시야키가 맡았으며, 제 3편 〈철의 용병기〉는 다카하시 료스케 본인이 감독을 맡았다.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온 그는 1995년에 〈침묵의 함대〉(가와구치 가이지가 9년간 연재를 마치고 전 32권으로 완결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은근히 선동하는 작품) 로 다시 등장함으로써 시들지 않는 그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97년 그가 첫번째로 시도한 TV시리즈 〈용자왕 가오가이거〉를 보면 메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폰서들이 대부분 완구 제조업체들이다 보니, 초기에는 메카시리즈에 등장하는 메카를 완구로서 만들던 수준이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메카디자인 자체에까지 간섭을 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내용까지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안노 히데야키는 아예 완구로서 제작이 불가능한 에바 시리즈를 만들었으나 반다사의 끈질긴 노력 끝에 완구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카하시 료스케는 자신의 첫 TV 시리즈물에서는 스폰서의 압력을 받지않고 스토리 자체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98년 〈가사라기〉 TV시리즈와 99년 말 〈가오가이거 파이널〉 등을 감독하는 것을 보면 그의 식지 않는 메카 에 대한 열정을 볼수가 있다. 앞으로 그의 차기 작품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 다카하시 료스케 대표작품

67년 〈오공의 대모험〉
67년 〈리본의 기사〉
76년 〈초전자 로봇 콤바트라〉
79년 〈신 사이보그 009〉
81년 〈태양의 어금니 더글램〉
83년 〈장갑기병 보톰즈〉
84년 〈기갑계 갈리안트〉
85년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
89년 〈마동왕 그랑죠〉
최후의 매지컬 대전, 그란조트-모험편(OVA 2편)
91년 〈기동전사 건담 0083 Stardust Memory〉
93년 〈감벽의 함대〉
93년 〈코크피트〉
95년 〈침묵의 함대〉
97년 〈용자왕 가오가이거〉
98년 〈가사라기〉 TV시리즈
99년 〈용자왕 가오가이거 파이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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