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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유익균 많으면 오염된 음식도 차단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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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은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지난 5월 독일에서는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식중독에 걸려 그중 31명이 사망했다. 병원성 대장균(O104:H4)에 오염된 음식이 원인이었다. 이 균이 형성하는 시가독소는 장출혈을 동반한 설사를 일으키고, 혈액·신장을 손상시켜 용혈성 요독증 증후군이라는 치명적 합병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식중독은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가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박테리아는 장벽에 부착해 염증을 일으키거나, 독성물질을 만든다. 살모넬라가 장상피세포를 침투·파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살모넬라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모두 식중독에 걸리지는 않는다. 식중독을 일으키려면 염증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수의 균이 몸에 들어와야 한다. 이를 감염량(Infectious dose)이라고 한다. 살모넬라균의 경우 약 100만에서 10억 마리의 균이 들어와야 증상이 나타난다.

 다행히 우리 몸은 유해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위산은 살모넬라균을 파괴시켜 유입균을 수백 배까지 감소시킨다. 이처럼 위산은 입을 통해 들어온 유해균을 파괴하는 일차 방어선 기능을 한다. 위산은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분비량과 강도에 차이가 있다. 특히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를 섭취하면 위산 효과가 감소돼 유해균이 조금만 들어와도 식중독에 걸린다.

 위에서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유해균은 음식과 함께 소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유해균이 세력을 키우려면 장벽에 부착해야 하는데 이때 균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장내 유익균이다. 유익균은 균이 부착할 만한 곳을 선점해 설 땅을 잃게 한다. 박테리오신 같은 항균물질을 형성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아일랜드 코크대학의 케이시 교수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살모넬라균의 감염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5가지 유산균으로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를 15마리 돼지에 한 달간 섭취시키고, 살모넬라균이 오염된 음식을 투여한 결과, 장염의 심각한 정도와 발병 기간이 현저히 감소됐다는 것이다. 대변에서 검출된 살모넬라균 수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동물과 비섭취군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응용환경미생물학’ 2007년 발표).

 프로바이오틱스는 또 장벽막을 강화시켜 유해균의 침입을 막아준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오테 교수는 8가지 균이 고농도로 혼합된 프로바이오틱스가 살모넬라로 인한 장상피세포의 파괴를 막아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2004년 발표했다.

김석진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구강감염학·면역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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