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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교수, 우리동요·일본동요 한데 엮어 곡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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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관현악곡은 물론 무용음악.노래.오페라 등 여러 장르에서 '청중과의 소통' 을 중시하는 작곡가로 손꼽히는 이건용(53.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씨가 우리 동요와 일본 동요를 한데 엮어 곡을 만들어 화제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재팬 파운데이션 초청으로 일본에 머물렀던 그는 '일본 오페라와 전통음악' 이라는 주제로 논문 자료도 수집하고 틈틈이 작품도 썼다.

오는 5월말 도쿄(東京) 에서 남성합창단 도쿄리더타펠이 자매단체인 한국남성합창단과 함께 연주할 합창곡 '고향' 은 그 첫 결실. 한국 동요 '고향의 봄' 과 일본 동요 '고향' 을 한데 엮어 만든 앙코르곡이다.

한.일 양국의 음악적 자산이 단순한 편곡이 아니라 온전한 작품으로 용해된 것.

李씨가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 을 기초로 직접 대본도 쓴 단막 오페라 '키소동' (가제) 도 관현악 편곡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역시 한국과 일본의 요소를 함께 아우른 것.

"일본의 음악극 노(能) 에는 교겐(狂言) 이라는 코믹 스타일의 짧은 막간극이 있습니다. 교겐 스타일을 오페라에 도입해 40분짜리 코믹 오페라를 써보았습니다. 평소 '시집가는 날' 등을 소재로 코믹 오페라를 한 편 쓰고 싶었어요. "

일본에서 완성한 李씨의 신작 칸타타 '라자로의 노래' 는 오는 7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지휘 홍준철) 이 초연할 예정이다.

"가부키.판소리 등 전통적인 음악극을 오페라화한다는 아이디어는 한.일 양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李씨는 일본 체류 중 50여편의 창작 오페라를 공연과 비디오로 보았다.

상당히 아방가르드적인 오페라도 있고 벨칸토 창법 외의 대안을 모색하는 오페라도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철저해서 그런지 마무리가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 말한다.

짧은 준비기간 끝에 이벤트성 1회 공연이 대부분인 국내의 최근 창작 오페라들을 지켜보는 그의 심정은 그래서 착잡하다.

그가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는 오페라는 마스무라 데이조(71) 의 '친모쿠(沈默) ' .엔도 슈사쿠(1923~96) 의 소설을 기초로 93년에 완성됐다가 95년 개작을 거쳐 지난 16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두번째 개정판으로 상연됐다.

해방동이인 李씨가 보는 두 문화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그는 최근 '닛케이(日經) 위클리' 와의 인터뷰에서 "저녁노을의 정서와 분위기, 사람들로 하여금 지나간 생애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분위기, 즉 '고요함의 비극' 이 아시아인에게 공통적인 정서가 아닐까 한다" 고 말했다.

한편 李씨는 요즘 오페라와 함께 '한국적 뮤지컬' 에 관심을 쏟고 있다.

벨칸토 창법에 얽매여 있는 오페라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하는 뮤지컬이 표현의 폭이 넓다고 생각하기 때문.

오는 5월 상연할 예정이었던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 뮤지컬은 제작상의 어려움 때문에 중단됐지만 광주 이야기를 '닥터 지바고' 식으로 풀어내는 뮤지컬의 구상은 이미 끝낸 상태다.

李씨는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연극반 활동으로 오태석.정하연과 교류를 가지면서 소설과 연극에 심취,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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