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 큰 상품] 한국도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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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도자기 업체인 한국도자기는 요즘 재고를 쌓아두는 창고가 텅 비어 있다.

국내 대리점은 물론 외국 바이어들까지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이어서 당일 생산해 당일 출고하기에도 바쁘다.

주방용 도자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 청주공장은 연간 3천만개의 제품을 만들어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선진 도자기 업체인 독일 빌레로이보흐.미국 미카사 등에서도 한국도자기 제품을 수입해 고가품으로 분류해 팔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자기 제품은 품질면에선 영국 웨지우드.독일 빌레로이보흐 등과 함께 세계 3대 메이커로 꼽힌다.

세계 도자기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도자기는 1995년 ISO 9001 인증을 따냈다. 올 수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천만달러다.

이처럼 세계도자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최근 본차이나 도자기의 본고장인 영국의 유력 도자기업체가 자기 회사를 인수해달라는 제의를 해 와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한국도자기가 영국업체 인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세계일류 제품과 견주어 제품 수준이 밀리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성가에서 뒤져 세계시장 공략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본차이나는 도자기 고급 원재료의 하나로 젖소 뼛가루를 50% 이상 섞은 것이어서 이 재료로 만든 도자기는 불빛을 반사시킬 정도로 투명하고 강도도 화학재료보다 3배나 높다.

영국 웨지우드는 이를 1812년 개발했고 한국도자기는 1974년 국내 처음으로 만들었다.

당시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그릇만큼은 국산을 쓰고 싶다" 며 개발을 권유했다는 후문. 이후 한국도자기 제품은 청와대는 물론 국내 대부분의 특급호텔에서 쓰는 한국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은행빚이 한 푼도 없는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5백8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이익도 매출액 대비 10.7% 수준인 61억원에 달했다.

한국도자기가 이처럼 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80년대 후반 2백억원을 투입해 도자기 생산라인을 자동화했고, 디자인센터와 디자인 스쿨을 잇따라 설립해 고급디자인 제품 개발에 나섰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

이 회사 창업 3세인 김영신 부사장은 "생산 설비나 품질은 세계의 어떤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한다" 며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도자기 본고장인 유럽에 독자브랜드 수출 체제를 곧 갖출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임직원을 감원하지 않는 등 지금까지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43년 창립된 이 회사는 창립 60주년이 되는 2003년께 품질은 물론 브랜드 면에서도 세계 1위로 자리 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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