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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지지부진 재개발에 활력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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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일반 주택 재개발 사업 시행자로의 첫 발을 내딛으면서 공공 시행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현재 재개발·재건축의 비리를 방지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이 사업에 관여하는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공기업이 재개발 사업 시행자로 나선 사례는 처음이어서 두 방식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또 일각에선 재개발 사업을 이끌어본 경험이 전무한 SH공사가 사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발 방식 어떻게 다른가

SH공사가 사업 시행을 맡은 첫 재개발 사업장은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이다. 이 곳은 당초 조합이 사업을 꾸려나가는 조합 시행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조합의 비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어 왔다.

또 대다수 주민들이 노인층이어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동력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와되고, 재개발 수익성이 떨어지자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극히 저조했다.

이후 일부 주민들이 공기업 등 공공이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공공 시행 방식을 제시하면서 사업에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4월 주민들은 SH공사와 사업 시행을 위한 가약정을 맺고, 이후 본약정을 위해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했다.

공공 시행 방식은 공공관리자제도와 조합 시행 방식과는 크게 조합이 아닌 공기업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위해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기구로의 역할을 해줄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사업 시행자로 SH공사를 지정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이기도 하다.

공공이 조합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사업의 투명성은 한층 더 강화되고 절차 상의 요건이 크게 완화된다.

조합원 동의율 등 사업 요건 크게 완화

예컨데 조합 시행 방식에서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주민대표회의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만 동의하면 된다. 또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조합원 총회도 하지 않아도 돼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

다시 말해서 공공관리자제도 상의 공공의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공공이 사업 시행자로 나서게 되면 사업 절차를 위한 요건이 완화되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의 복잡한 재개발 단계를 공공이 대신하기 때문에 조합원 간 충돌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조합원 간의 갈등이 심하고, 사업성이 낮은 재개발 구역에서 공공 시행 방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SH공사는 공공 사업 시행 신청 재개발 사업장에 대한 면밀한 사업성 분석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업이 시작되면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게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와 유사했던 성남 구도심 도시정비 사업을 예로 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답십리 B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사업이 빨라진다는 데에 모든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LH가 사업 시행자로 나섰던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을 보면 시행자의 자금난으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주민들이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빚 많은 SH공사 믿어도 될까?

성남 구도심 도시정비사업은 지난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사업 시행자인 LH의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가 올해 사업이 재개되는 듯 싶었으나 현재도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SH공사가 일반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 시행자로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문젯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아파트 재건축과는 달리 주택 감정평가가 까다로워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답십리17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지만 공공이 사업 시행자로 나서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며 "공공이 시행을 맡게 되면 충족해야 하는 주민 동의율도 조합 시행 방식보다 낮고, 사업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답십리 17구역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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