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노숙자 60대 한인 기구한 삶

미주중앙

입력

순식간에 노숙자로 전락한 60대 한인 엄모씨가 예진회를 찾아와 박춘선 대표와 상담을 하고 있다.


설마 노숙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국에 이민 온 지 15년. 62세인 엄모씨는 약 한달반 전 집이 은행에 압류되면서 순식간에 갈 곳 없는 노숙자가 됐다.

 1996년 미국에 온 그는 모 회사 직원으로 가구 수리일을 하며 부인, 아들과 단란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지난 2003년, 부인이 갑작스레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벼락같은 고통과 상실감에 부자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직 어린 아들을 위해 다시 일어섰지만 또 다시 절망이 찾아왔다.

다니던 회사가 2008년 문을 닫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시작된 것이다. 새 직장을 찾아다녔지만 가뜩이나 높은 실업률에 환갑이 다 된 그가 일할 곳은 없었다. 그때부터 일용직 노동자로 근근히 생활을 지탱해왔지만 집을 잃은 후로는 그나마도 쉽지 않다.
 
“저는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습니다. 엄마를 잃고 능력 없는 아버지를 둔 아들 때문에…. 그나마도 지금 아들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것이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막막한 벼랑끝에서 예진회 봉사센터를 찾은 엄씨의 말이다. 그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을 차안에서 보내고 있다. 차값은 다 낸 상태이니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다. 비라도 오면 그래도 기온이 떨어져 지낼만 하다. 아들은 당분간 친구 집에서 지내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힘들다.

 엄씨는 “아들이 ‘제가 빨리 방을 얻어 아버지를 모셔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못난 아비를 만나 고생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 잠도 못 잔다”고 말했다.

 근근히 돈을 벌어 끼니를 때우고는 있지만 당장 방을 구할 형편은 안된다. 예치금을 낼 정도의 돈이 없기 때문이다.

 예진회 박춘선 대표는 “엄씨 뿐 만이 아니라 60대 불체자 여성, 70대 남성 등 유씨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실 분, 혹은 물질적으로 후원하실 분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예진회는 ‘어려운 이웃 돕기 운동’을 펴고 있다. 적게는 5달러부터 후원금도 접수 받는다. 후원자에게는 세금 공제 혜택서를 발급해준다. 후원을 희망할 경우 수표 수취인란에 ‘YKCSC’라고 적은 후 예진회/어려운 이웃돕기 행사로 보내면 된다.

▷문의: 703-256-3783,4

▷주소: 7620 Little River Tnpk. #602. Annandale, VA 22003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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