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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가 벌거벗은 채 백악관 욕실서 침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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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78년부터 2009년까지 31년 동안 백악관에서 꽃을 담당하다 수석 플로리스트로 은퇴한 낸시 클라크가 과거 근무 당시 사용할 꽃을 고르는 모습. [백악관 웹사이트]

“백악관에 있는 대통령 관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문이 열리자 당시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벌거벗은 채 욕실에서 침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깜짝 놀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낸시 레이건(Nancy Reagan)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분은 자신의 옷 갈아입는 방 꽃병에 꽂혀 있던 장미 두 송이가 시들어 버린 것을 매우 애통해했다.”

 플로리스트(florist·꽃장식 전문가) 낸시 클라크(Nancy Clarke)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 파트타임 자원봉사자로 백악관에 들어갔다. 그 뒤 2년 만에 정식 직원으로 승격한 그는 2009년 5월 백악관 수석 플로리스트로 은퇴할 때까지 31년간 6명의 퍼스트 레이디를 모셨다. 대통령 부부의 침대 머리맡 스탠드의 자그마한 꽃에서부터 국빈 만찬의 화려한 꽃장식까지 그가 도맡았다.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들의 가장 가까운 비서이기도 했다.

 클라크는 올 9월 자신이 목격한 미국 퍼스트 레이디 6명의 내밀한 모습을 담은 책 『내가 모신 퍼스트 레이디들(My First Laides)』을 출간할 예정이다. 미 시사잡지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 웹사이트는 2일 클라크를 인터뷰한 기사와 함께 책의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클라크는 힐러리 클린턴을 위엄과 여학생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인물로 묘사했다.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힐러리는 주변 직원들에게조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남편과 격렬하게 싸웠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힐러리의 나신(裸身)을 목격한 사건 얼마 뒤 힐러리가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가 “마치 내가 다시 여대생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장난기 넘치는 조크를 던졌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Laura Bush)는 크리스마스 꽃 장식에 병적일 정도로 집착해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악몽’으로 통했다. 그러나 로라는 매우 솔직하고 꾸밈없는 인물이었다. 텍사스 목장에서 남편의 픽업트럭을 직접 운전하고 다녔고, 심지어 딸의 결혼식에 사용할 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대형 냉장트럭에 직접 올라가기도 했다고 클라크는 전했다.

 클라크에게 가장 우아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진 퍼스트 레이디는 낸시 레이건이었다. 당시 레이건 부부의 결혼 자체가 연출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이들은 관저 내 로비에 있는 겨우살이 나무 밑에서 진한 포옹과 키스를 나누곤 했다고 회상했다.

 로라 부시의 시어머니이자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Barbara Bush)는 유독 ‘케즈(Keds)’ 상표의 테니스 신발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남편은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의 이 브랜드 신발 20켤레를 부인에게 선물했다. 주변 사람에게 배려심이 깊었던 바버라는 사용한 뒤 백악관 창고에 반드시 반납해야 했던 아주 값비싼 크리스마스 곰인형 장식을 ‘캠프 데이비드 목장’ 직원에게 선물로 줘 버리기도 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Rosalynn Carter)는 소탈한 성격으로, 푸짐한 바비큐 저녁을 좋아했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는 백악관 앞뜰에 채소밭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던 활달한 성격답게 갈라파티 때 꽃보다는 예쁜 색깔의 사과로 테이블을 장식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클라크는 전했다.

그는 “퍼스트 레이디 6명은 모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을 위해 일한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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