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편지] 코리안 스타일'의 힘…역시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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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자마자 창밖으로 날씨부터 확인했다. 비가 오면 또 연습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는 안 오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금방이라도 쏟아낼 듯 하다.

간단히 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공연장에 포스터와 플라이어(전단지)를 건네주러 조준우와 매니저가 갔다. 준우형은 먼저 돌아왔다.

그런데 잠시 후 일을 더 보겠다던 매니저에게서 다급만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다들 지금 공연장 앞에 와보실래요? 지금 사람들이 많아서 플라이어 조금만 가져오시면 나눠주면서 홍보할수 있을것 같아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었다. 우리에겐 최대의 호기다. 순식간에 옷을 갖춰입고 공연장으로 내달렸다. 인산인해였다. 도대체 이해가 안됐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지…. 이미 페스티발에 온 몇몇 팀들이 플라이어를 나눠주며 홍보하고 있었다.

공연장 근처에 있는 박물관이 3년동안 재공사한다고 열지 않다가 이날 열었다는 것이다. 박물관 구경을 온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서둘러 공연홍보를 해야 했다.

그 때쯤 날씨가 연습하라는 의미인지 아주 맑아졌다. 곧바로 숙소로 돌아와 홍보티셔츠를 입고 저글링을 챙겨서 공원으로 나가 연습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글링을 돌리면서 웃고 떠들며 연습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다.

관심을 가지며 쳐다보는 사람들에겐 플라이어를 나눠줬다. 우리가 공원에서 연습을 하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보지만 특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은 저글링을 돌리는 사람을 보면 그냥 멍하니 쳐다보는 경향이 있는 듯 했다. 귀엽기 짝이 없는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구경을 하면, 그게 우리들의 관객이다.

축제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숙소에서 나누는 우리들의 얘기는 거의 같았다. "이상하게 외국에 온 것 같지가 않네…왜이러지? 그냥 빨리 공연하고 싶네~! 빨리 공연해서 사람들 웃기고 싶네"라고. 다들 무슨 자신감들인지…. ㅋㅋㅋㅋ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속에도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빨리 공연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일 모레가 공연 리허설 날이기 때문에 내일은 좀 더 힘들고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시간 오후 11시20분. 몇 명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그런지 알만하다. 공연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설렘이 아닐까. 여기선 우리가 한국 대표개그맨들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옹알스 최기섭, 정리·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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