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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세 번이면 충분 … 조남호 나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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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에서 한진중공업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탄 희망버스 참가자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부산역 집회로 시작된 3차 희망버스 행사는 참석자들이 한진중공업 인근 대선조선 2공장 앞 도로에서 밤샘 집회를 한 뒤 31일 오후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부산=연합뉴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제3차 희망버스’ 시위대가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 등이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영도로 몰려갔다. 이제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문제를 넘어 사회·정치 이슈화하고 있지만 이 회사 조남호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 46일째다.

조남호 회장

조 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자신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한 직후인 6월 17일 출국했다. 당시 국회에 공문을 보내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일본·유럽에 출장이 잡혀 출석이 어렵다”고 통보해 놓고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한나라당 내에서도 조 회장에 대한 기류가 악화되고 있다. “도대체 조 회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김진숙 지도위원 등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조 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던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은 조 회장이 선박 수주를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회 청문회 불출석의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의 지역구 의원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통화에서 “직원을 400명이나 해고하려면 ‘법대로 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노조를 만나 이해를 구하고, 해고에 따른 대안도 제시해 주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조 회장의 이런 모습 때문에 기업인 전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진중공업 측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영도조선소는 경쟁사의 5%에 불과한 협소한 부지와 고비용 구조로 선박 건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아 수주가 어려운 상태였다”며 “노조가 제기해 온 ‘영도조선소 포기와 고의성 수주 회피’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측은 조 회장의 행방에 대해선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에서 현황을 점검하고 해외 수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자세한 것은 대답하기 어렵다”며 “정치권에서 왜 (우리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조 회장을 고리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노당 이정희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야당 지도부들과 야권 원로인 김근태 민주당 고문 등 3차 희망버스에 동승했던 인사들은 이를 야권통합 운동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우리가 4차(희망버스)가 아닌 40차(희망버스)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정리해고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 사태에 본질적 책임이 있는 조 회장이 비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희망버스는 세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남궁욱 기자, 부산=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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