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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만 창원에 KTX역 3개…330억 들여 넓힌 두 곳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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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6일 오전 9시45분 창원역(위)과 10시 창원중앙역 대합실 모습. 두 역에는 15분 뒤 KTX 열차가 도착하지만 창원역 대합실은 텅텅 비었고, 중앙역에는 열차를 타려는 손님들로 빈 의자를 찾아볼 수 없다. [위성욱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정동 경전선 창원역 대합실. 깨끗하고 넓은 대합실과 승차장엔 어른·아이 합쳐 1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한산하다. 세금 169억원을 들여 올 4월 증·개축했지만 이용객이 적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역사 내 커피전문점 김형신(47) 사장은 “역을 이용하는 승객이 적으니 커피점도 파리 날린다”며 “광역시인 부산에도 KTX역은 하나인데 인구 100만 명인 창원에 KTX역이 세 개(마산역·창원역·창원중앙역)나 돼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창원역에서 3.5㎞ 떨어진 마산역도 승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올 4월 161억원을 들여 새로 증·개축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창원역에서 10㎞ 떨어진 창원시 의창구 용동 창원중앙역. 평일 오전이지만 대합실은 사람들로 붐볐다. 창원중앙역은 120억원을 들여 올 2월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 역은 벌써 비좁아 5개월 만에 확장을 추진 중이다.

 역사 면적만 보면 마산역이 4층(건물 연면적 5933㎡)으로 가장 크다. 창원역은 2층(4296㎡), 창원중앙역은 1층(2955㎡)으로 제일 작다.

승객은 창원중앙역에 몰린다. 6월 말 현재 하루 평균 이용 승객 수는 창원중앙역이 3125명으로 가장 많다. 반면 마산역은 2630명, 창원역은 1774명에 그친다. KTX 열차로 마산~창원역은 4분, 창원~창원중앙역은 7분 걸린다.

역 간 거리가 가까워 승객들이 시 외곽의 창원역을 외면하고, 대신 시내 중심가와 가까운 창원중앙역에 몰리기 때문이다. 양윤호 창원시 건설교통국장은 “창원중앙역이 비좁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확장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역사 확장에는 30억~40억원이 더 필요하다.

 창원에 기존 마산·창원역 이외에 창원중앙역 신설이 결정된 것은 2000년 경상·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중 마산~삼량진 구간의 복선화 논의 때였다. 마산과 창원역은 기존 역사가 낡아 증·개축을 하기로 했고, 창원중앙역은 인근에 있는 창원시청과 창원대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축했다는 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명이다.

일부 정치인이 표를 의식해 창원중앙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문영기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과장은 “기존 경전선 열차 이용 승객 수에 2030년께 개통 예정인 부산~마산 간 전철 승객 수요를 더해 역사 규모를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마산 전철은 그동안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가 최근에야 기본 설계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 세금 낭비로 연결된 것이다. 전익수(41)씨는 “일반 시민이 KTX 탈 일이 그리 자주 있겠느냐”며 “기존 창원역만 증축해도 충분한데 중앙역을 새로 만들어 놓으니 두 번이나 세금을 낭비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원은 “수요 예측도 제대로 안 하고 중복해 역을 짓는 걸 의회가 감시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누가 이런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지 가려 세금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황선윤·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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