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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아프리카, 미국을 뛰어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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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

세계 경제의 미래가 역사상 처음으로 가난한 나라 손에 달려 있게 됐다. 미국과 유럽은 부상당한 거인 같다. 무거운 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 성장 부진과 불평등 심화, 사회적 분쟁 가능성으로 비난받고 있다. 반면에 중국과 브라질, 인도, 터키의 정책 담당자들은 너무 많은 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경제국가가 됐다.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가들은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는 오랫동안 경제 실패의 동의어로 불렸던 아프리카를 ‘움직이는 사자의 대륙’으로 명명했다.

 흔히 소설은 사회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 지난해 출판된 러시아계 미국 작가 게리 슈테인가르트의 『수퍼 새드 트루 러브 스토리(Super Sad True Love Story)』는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해 좋은 예를 제시했다. 소설에서 미국은 재정 파탄과 독재 체제를 경험하고 해외에서 무의미한 군사적 모험에 휘말린다. 기업에서 모든 실질적인 업무는 능숙한 이민자들이 해결하고,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아시아 파트너 대학들의 이름을 빌려 쓴다. 미국 경제는 중국 중앙은행 신세를 지게 되고, 위안화에 고정된 미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 선택돼 일상적인 통화를 대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들이 정말 세계 경제를 움직일 수 있을까. 세계 경제가 경험했던 최고의 시기는 금융위기 이전 10년이었다. 당시 세계경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전했다. 1950년 이후 처음으로 수많은 빈국이 소위 ‘수렴현상’을 경험했다. 부자 나라와의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혜택을 입었다. 많은 아프리카 나라는 오랜 기간 시달렸던 내전과 경기 하락에서 벗어나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채택해 축적한 기술들은 선진국의 성장이 저조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후진국의 성장 잠재력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능력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 실현을 위한 정책적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아시아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더 자유로워진 시장 덕분이라는 입장과 국가 개입의 성공 사례라고 보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과도한 성장으로 빨리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믿는다. 1990년대 개선된 거시경제 정책이나 개방 확대, 민주화 바람 등이 가난한 나라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궤도에 올려놨다는 것이다.

 최근 씨티그룹 보고서는 젊은 인구들을 가진 빈국이 좀 더 쉽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이 사라지고 관리가 개선됐다는 이유다. 빠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와 고용을 촉진하는 생산 지향 정책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우위를 점하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빈국들에 순순히 주도권을 양보할 것인가. 앞으로 선진국들은 고임금자들의 일자리 부족으로 상당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볼 때 부국과 빈국 사이에 거대한 부의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
정리=임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