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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절개면엔 반드시 옹벽, 일련 번호 매겨 치밀하게 관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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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호 08면

아열대성 기후 지역인 홍콩은 집중호우가 잦다. 사방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폭우가 쏟아진다고 해 흑우(黑雨)라는 말을 쓸 정도다. 산지 경사가 급한 홍콩섬 해피밸리ㆍ미드레벨, 카우룽의 산지에선 해마다 100여 차례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한다. 홍콩 토목공정서(署)에 따르면 2009년엔 97차례를 기록했다.

연 100여 차례 산사태 겪는 홍콩, 피해 적은 까닭

홍콩 정부는 산사태를 막기 위해 절개 면마다 콘크리트 옹벽을 세우거나 토사가 밀리지 않도록 경사면 안정 조치를 취해왔다. 옹벽마다 전봇대처럼 일련번호를 부여해 치밀하게 관리한다. 지금도 53개의 산사태 관련 토목공사를 하는 중이다.

우면산 산사태처럼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릴 땐 경사가 급한 산지 곳곳에서 도심 쪽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진다. 홍콩 서부의 중심가 센트럴·완차이 일대가 범람하는 이유다. 그래서 홍콩 정부는 2007년 홍콩섬 서부 빅토리아 피크(554m) 중턱에 직경 7.25m, 총연장 10.5㎞짜리 대형 배수 터널을 설치해 빗물을 바다로 빼낸다. 빅토리아 피크에는 이미 거미줄처럼 소규모 인공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대형 배수터널에선 32개 취수구를 통해 받은 물을 섬 동부의 30여 개 취수 설비로 보낸다. 취수장에선 만조가 끝난 뒤 물을 바다로 흘려 보낸다. 췐완(筌灣)과 카우룽 라이치콕ㆍ삼수이포 지역에도 배수터널을 설치해 빗물을 바다 쪽으로 빼낸다.

산사태·폭우·태풍이 해마다 발생하지만 인명 피해가 적은 것은 빈틈 없는 조기 경보 시스템 덕택이다. 폭우가 내려 하천 수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하면 수면에 설치된 센서가 움직여 경보를 통제센터에 보낸다. 통제센터는 자동으로 주민 휴대전화 또는 지역방송을 통해 신속히 대피하도록 유도한다.

또 태풍의 중심이 홍콩 반경 800㎞ 안으로 들어오면 홍콩기상대는 태풍경보를 발령한다. 8단계로 운영하는 경보 체제는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도심 전광판, 건물 안내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최고 등급인 8단계 경보가 발령되면 시민들은 바깥 출입을 삼가고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 홍콩 경찰은 홍콩 전역을 아우르는 무선지휘통제시스템을 바탕으로 매일 1만 건의 긴급전화에 대응한다. 도심에선 9분, 그 외 지역에선 15분 안에 응급 조치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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