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5년 전 까까머리 옛 제자 만난 스티븐스 미 대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35년 만에 해후한 선생님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오른쪽)와 제자 이철원 대령.

스티븐스 대사가 1976년 찍은 이 대령의 예산중학교 1학년 때 모습.

35년 전의 영어 원어민 교사와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제자가 해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한 미국 대사와 이철원(48) 육군대령 얘기다. 스티븐스 대사는 27일 자신의 블로그 ‘심은경(스티븐스 대사의 한국 이름)의 한국 이야기’에서 옛 제자와 만난 얘기를 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몇 주 전, 강원도 비무장지대 전방에 근무하는 한국 육군대령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며 “예산중학교의 제자였다”고 소개했다.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찾았던 스티븐스 대사는 1977년까지 충남 예산과 부여의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의 제자 사랑은 여느 한국 교사 못지 않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예산중 1학년이던 이철원 대령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근면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으로 학급 반장도 맡았다”고 돌이켰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 대령이 명문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 필리핀·동티모르·이라크 등지에서 근무했다는 얘기에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텍사스와 하와이에서 열린 미군과의 공동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그가 거쳐온 커리어가 바로 이 나라를 변화시킨 ‘글로벌 코리아’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추켜세웠다.

 이 대령의 편지를 받은 후 스티븐스 대사는 최근 대사관으로 그를 초청해 근무지와 가족, 이 대령의 부모가 살고있는 예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블로그에는 1976년 스티븐스 대사가 찍은 당시 중학교 1학년 이 대령의 모습과 최근 만났을 때의 두 사람 사진이 올라와있다.

 “한국에서 3년간 일하면서 예전에 알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인생은 여전히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며 기억과 만남을 써내려간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에서의 인연은 영원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라며 글을 마쳤다.

 스티븐스 대사는 1984~87년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팀장, 1987~89년 부산 미국영사관 선임영사 등을 지내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2008년 여름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한 이후 오는 8월 3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성김 대사와 임무를 교대한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