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슈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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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예순을 넘겼을 뿐인데도 '전설' 이 돼버린 사람이 있다.

독일 에센주 부퍼탈의 탄츠테아터 예술감독 피나 바우쉬다. 신작 발표 때마다 '춤의 혁명' 이라는 비평가들의 극찬 속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는 이 천재 안무가가 이끄는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LG아트센터 개관기념축제에 초청받아 4월 3~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02-2005-0114.

유럽 현대무용이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아 피나 바우쉬는 일반인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무용계에서는 그의 서울공연을 단연 '사건' 으로 꼽는다.

피나 바우쉬가 이런 명성을 얻은 것은 춤에다 연극적인 요소를 결합한 '무용극'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키면서부터다.

지금은 무용과 연극의 경계넘기가 일반화돼 있지만 1970년대만 해도 시각뿐 아니라 청각.후각까지 자극하는 그의 작업은 무용계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 (74년) '봄의 제전' (75년) 등 연이은 화제작으로 유럽에서는 진작부터 이름을 날렸고 8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문화축전에서 '카네이션' (82년 초연) 을 선보이면서 전세계 무용의 '여왕' 자리에 등극했다.

이번 서울공연에서는 훗날 무용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이자 그의 무용극 개념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카네이션' 을 선보인다.

무용극이라고 하면 흔히 이미지보다 줄거리를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나 바우쉬의 무용극은 정반대다.

철저하게 사건 중심의 줄거리나 등장인물 묘사를 포기하고 오직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 대화한다.

그 움직임은 일상성을 띤 움직임이다. 발레리나의 동작이 우리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고난도 테크닉의 연속이라면 무용극 속의 동작은 이미 습관처럼 몸에 밴 행동들이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관객들은 지루하거나 난해하게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때 피나 바우쉬는 충격적인 장면을 던진다. 8천송이의 카네이션이 무대 위에 뿌려지거나 세퍼드 개 4마리가 무대 위를 점령하는 식이다.

이처럼 줄거리 없이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나 바우쉬에게 끊임없이 작품의 의미를 묻는다.

하지만 그는 그저 "처음 빠지는 사랑에 관한 것" 이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다.

세계순회공연에서 가장 많이 요청받는 레퍼토리는 여전히 '카네이션' 이지만 최근 피나 바우쉬는 관심을 '도시' 에 쏟고 있다.

89년 이탈리아 팔레르모 시 의뢰로 '팔레르모 팔레르모' 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91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념 '마드리드' , 97년 홍콩 반환 기념 '유리 청소부' , 98년 포르투갈 리스본 엑스포 기념 '마주르카 포고' 를 잇따라 선보였다.

최소한 현지에 3개월 이상 머무르며 작업하는데 올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주제다.

사실 이번 피나 바우쉬의 서울행은 79년에 이어 두번째다.

무명으로 세종문화회관의 무대에 올라 춤까지 추었던 '봄의 제전' 으로 국내 원로 무용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그가 이번엔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9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무용단에 입단한 김나영씨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공연에 앞서 27~31일 독일문화원에서는 피나 바우쉬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또 4월 6일은 피나 바우쉬와 대화시간도 마련돼 있다.

02-754-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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