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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너 “오늘 아시아 시장 실망시키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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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시아 시장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존 베이너(사진) 미국 하원의장이 24일(한국시간) 막판 협상에 들어가며 공화당 동료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한국·일본·중국 증권시장이 열리는 오늘(25일) 아침 9시 이전까진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는다’는 시그널만이라도 주도록 하자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메이저 채권자들(한·중·일)이 실망할 수 있다. 미 채권 값이 급락할 수 있다.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현금과 비슷한 미 채권 값이 흔들리면 주가마저 휘청거리기 십상이다.

 터무니없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협상 시한(22일)을 넘겼다. 부채 한도 확대법안은 법조문 작성, 의회 표결, 대통령 선포까지 이어지는 일반적인 입법 과정을 밟을 수 없게 됐다. 이제는 편법이 동원돼야 ‘운명의 8월 2일’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패권국 미국은 ‘디폴트 상태’가 된다.

 공화당은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상을 사실상 포기했다. 베이너 의장은 그날 백악관 회동 직후 “구체적인 조건보다 국가를 보는 시각 차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원론을 놓고 갑론을박하다 각론도 다뤄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신 베이너는 민주당 쪽과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원 지배자인 공화당과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직접 담판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등 글로벌 시장은 민주-공화 양쪽이 막판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값이 뛰었다. 채권자가 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대비해 드는 보험료가 올랐다는 얘기다. 22일 현재 미 CDS 값은 영국과 독일 등 신용등급 트리플A(AAA) 국가들보다 비쌌다. 심지어 AA- 등급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시장은 이미 8월 2일 전후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 강등을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2일 회동 이후 수시로 통화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심지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람인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까지 참여했다. 문제는 당장 8월 4일에 닥친다. 이날 미국은 870억 달러(91조35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해결해야 한다.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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