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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부들이 뿔났다…남편을 '낮전등'이라고 부르는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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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남 안주시 노천시장 모습 [사진= 독일 구호단체 '캅 아나무르', 미국의 소리(VOA)]


요즘 북한 아내들이 뿔났다. 남편을 무시하기 일쑤다. 가정 경제에 별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주부들은 남편을 '불편' '낮전등' '멍멍이'라는 신조어로 칭한다. 남편 입장에선 불명예스럽기 그지 없다.

이런 호칭이 나온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장이 멈춰서고 배급이 끊겨도 세대주인 남편들은 계속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빈둥빈둥 할 일이 없어도 국가직장인 일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전했다. 반면 "여성들은 빵·떡·국가·까까오(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팔거나 산나물, 풀뿌리를 캐서 가정 경제를 지탱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사실상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소리(VOA)가 독일의 구호단체인 '캅 아나무르'로부터 제공받아 보도한 최근 사진에도 장마당은 여성들로 꽉 차있다. 남성을 찾기 힘들다.

이러다보니 북한 주부들은 고단한 삶을 하소연할 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편을 풍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전언이다. 그래서 이런 풍자형 단어에는 직장에는 나가는데 국가가 제대로 돈을 주지 않아 가정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남편에 대한 불만보다는 북한 당국에 대한 원망이 더 짙게 녹아있다.

'불편'이란 말은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부르다 '있어서 불편한 존재가 됐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낮 전등'은 대낮에 켠 전등은 전기만 낭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밥만 축낸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런 호칭에 비해 '멍멍이'라는 말은 좀 관대하다. 나가서 밥벌이도 못하고, 장사도 못하고, 아내가 벌어다주는 밥만 축내지만 집을 지킨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또 이웃집 자녀를 칭할 때도 특이한 말을 쓴다. 예컨대 '영실'이란 말이 그것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라는 뜻이다. 영양실조 상태가 심각하면 성씨인 '강'을 붙여 '강영실'이라고 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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