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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진 "〈열혈강호〉 연재 10년 채우겠다"

중앙일보

입력

95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열혈강호〉. 일본 작품에서 난무하는 격투극이 아닌 정통 무협물에 코믹요소를 가미, 무협만화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 이 작품으로 단연 국내 최고 스토리 작가의 입지를 구축한 전극진씨.
그의 첫 장편 〈열혈강호〉는 5년이라는 장기 연재 속에서도 꾸준히 재미를 주고 있다.

2년전 결혼, 1살된 아들을 둔 전극진 만화 스토리 작가. 방배동에 위치한 7평 남짓한 그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스토리 작가 시작

"제가 대학 재학중일때(90년) '주간만화'라는 잡지에서 유일하게 스토리 작가 공모를 했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스토리작가라는 것은 보편화되지 않았었는데 공모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거기 글을 보냈고 당선이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때 그림은 같이 응모해서 당선된 박재영씨라는 분이 제 스토리의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그후 6개월 정도 불규칙적으로 스토리를 썼었어요. 근데 그때가 제가 방위 근무를 할때라 잠시 쉬고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한동안 쉬었습니다."

"제대를 하고 '서울창작' 잡지에서 6개월 일을 했어요. 그후 복학 때문에 2년 정도 스토리작업을 중지했다가 졸업할때 쯤 재현(〈열혈강호〉그림 작가 양재현씨)이와 만나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장편 열혈강호 탄생

"처음 기획한 작품은 〈무사귀〉라는 작품이었어요. 재현이가 캐릭터 디자인만 잡고 제의를 하길래 같이 하게 되었죠. 이 작품은 SF와 무협의 혼합물이었습니다. 작품 8회까지 만들어서 출판사에 가져갔는데 거절당했죠. 이유는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다'라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 인기가 없다고 금기시된 장르가 3가지가 있었는데 SF, 무협, 환타지 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가지를 섞었으니 출판사에서 OK 할리가 없죠."

"오기가 나다라구요. 출판사는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원하는데 우리라고 그런 작품 못할게 뭐있냐 해서... 그래서 〈열혈강호〉라는 작품을 냈습니다. 열혈강호에 나오는 코믹적인 요소는 무겁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 기획때부터 일부러 집어넣은 겁니다. 그게 94년이죠. 제목은 제가 물론 제가 정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오래 연재할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잡지편집장님도 6개월 정도 연재하다가 〈무사귀〉를 써 보라고 하셨었거든요. 지금 〈열혈강호〉를 5년정도 연재해오고 있는데 10년 채울겁니다."

양재현과의 만남

"재현은 AAW (animation art work)에서 만났습니다. AAW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자고 만든 모임인데 그 모임 후배지요."

"처음 작업을 할때는 안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호흡이 잘 맞습니다. 제가 무슨 글을 써서 주더라도 느낌에 맞게 그림을 잘 그려내거든요. 지금까지 일해본 친구들 중에서는 제일 잘 맞아요."

한비광과 담화린

"처음에는 서로를 잘 모르니 캐릭터를 공유하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지 재현이가 알아야 하쟎아요. 그런데 얘기를 하다가 서로 공통점을 발견했죠"

"저는 〈시티헌터〉의 시에바 료를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한비광을 보면 시에바 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실 거예요. 그 인물을 본따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인물보다는 약간 좀 정상적이고 덜한 망나니로 그리려고 노력을 하지요.
담화린 인물도 물론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죠. 무협소설 작가중에 사마달이란 작가가 있습니다. 그 분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입니다."

"고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재수를 하면서 만화를 접하게 되었죠. 저는 용산에서 재수를 했었는데 그때 뽀리 헌책방이라는 곳을 통해 만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그 근처에 서울동화, 대원동화 등이 있었기때문에 헌책방에 희한한 책들이 많았어요.
그땐 일본어를 몰라 그림만 봤는데 너무 대단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때 안 새로운 사실, 일본에는 스토리작가라는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를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습니다. AAW 자체가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모인 모임이기때문에 언제가는 할 겁니다. 저도 그렇고 재현이도 그렇고 애니메이션에는 아쉬운 미련이 많아요. 지금은 만화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애니메이션을 꼭 할겁니다."

"〈열혈강호〉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꼭 제가 쓸거구요. 그림 원화도 꼭 재현이가 그릴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을 생각이예요."

검열

"어~~ 요즘 검열이라는 것이 있나요? 하하 저는 요즘 별로 못느끼고 삽니다.
예전에는 검열을 한편 마다 했었습니다. 그래서 단행본이 나올때는 '이렇게 하지말라'는 강요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게 심한 것 같지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 작가들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 일본만화처럼 잔인무도한 그림을 그리진 않거든요."

"검열 당한 일중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요. 장면중에 사람을 눞혀놓고 머리를 밟아 으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장면은 검열에 틀림없이 걸린다.'라고 했죠. 그리고 드디어 그 장면이 검열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장면때문이 아니라 의성어 때문이더라구요. '크헤헥'라는 의성어를 썼었는데 "비명 소리가 너무 혐오스러우므로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더군요. 참 기준이 모호하죠?"

스토리 작가와 그 위치

"글 쓰는 것은 시나리오와 거의 같아요. 다른 것이라면 효과음이라는걸 직접 적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퍽, 윽, 악' 등의 의성어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다양해져서 '불현듯.. 깜짝..' 등이 인물 뒤로 지나가는 의태어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이런 것은 일일이 적어야겠죠."

"요즘엔 전문적인 직업을 다루는 것이 많고 소재도 다양해져 스토리 작가는 필수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한국만화 발전의 밑거름 이기도 하죠."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불합리한 대접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그림 작가가 '이것은 너의 작품이 아니라 내가 스토리를 산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품이 나와도 스토리 작가의 이름이 없거나, 나중에 그 작품이 큰 인기를 끌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팬들

"요즘은 부담감이 많이 생겨요. 신인때는 '내 실력이 이 만큼 안되니 그런가보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으레 이정도는 해 줄거다'라고 기대를 하거든요.

"편지 보내는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해요. 제가 답장을 정말 안하거든요. 또 편지에는 항상 '꼭 답장해 주세요'라는 문구까지 있는데도 쓰지 않습니다. 재현이는 참 성실해요. 팬레터에 답장도 잘해주고. 편지는 재현이 앞으로 보내는게...."

"생각나는 펜레터 물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왔는데 무기수 였어요.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정말 고마웠죠. 제가 유일하게 답장을 보내드린 분입니다."

"〈열혈강호〉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할께요."

현재는 〈열혈강호〉 한 작품에만 메달리고 있다는 전극진씨. 곧 연재될 작품(무도물이라고 한다)이 있어 준비중이라고 한다. 팬레터를 두려워하는 그도 이메일은 답장 안하는 것이 조금 덜 부담스럽다며 알려준 메일. 메일 마지막부분에는 '답장해주세요'라는 글을 삭제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전극진씨 메일 : deadmooo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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