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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그녀 백악관 입성 발목 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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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셸 바크먼(Michele Bachmann·55)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2012년 미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공화당 경선에서 지금껏 최고의 화제 인물이었다. 지난달 CNN 주최 첫 TV토론에서 “오바마는 단임 대통령”이라고 기염을 토해 주목받았던 그는 이후 선두 주자 미트 롬니 전 매세추세츠 주지사를 위협하며 급부상했다. 여론조사에서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도 제쳤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바크먼이 커다란 복병을 만났다. 그 상대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건강이었다. 공직 후보의 건강 상태와 병력(病歷)을 깐깐하게 따지는 미국 사회에서 어려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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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데일리 콜러’(Daily Caller)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바크먼 측근들의 증언을 통해 “바크먼이 심각한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번 통증이 오면 어떤 업무 처리도 불가능할 정도로 끔찍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바크먼은 평균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머리 한쪽에 격렬한 통증을 느껴왔다. 편두통이 오면 어떠한 업무 처리도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말을 비롯해 최소한 3번 이상 병원에 입원했다. 바크먼은 “불편한 하이힐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선거자금 모금차 코네티컷주를 방문했을 때는 한 기업 CEO의 집 침대에 한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바크먼의 측근들은 “두통약 한두 개로 해결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며, 두통 예방약을 비롯해 다량의 약을 투여하고 있었다”며 “연방 하원의원일 때는 모르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일하게 될 경우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고백 이유를 전했다.

 데일리 콜러의 첫 보도 이후 유력 언론들도 바크먼의 건강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바크먼이 종종 사라져 전화나 e-메일을 받지 않았으며, 근무 중 집으로 들어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기도 했다”는 측근의 발언을 소개했다. WP는 낙마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공화당 대선 후보들 간에 어느 캠프에서 이 같은 사실의 폭로에 관여했는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바크먼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20일 직접 해명에 나서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약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미 하원 주치의도 통제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편두통이 만성질환이고, 사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역대 미국 대선 후보들도 혹독한 건강 검증 테스트를 피할 수 없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72세라는 나이와 3차례의 피부암 발병 사실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연령을 패인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2004년 대선 때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전립선암 수술 병력을 방어해야 했다. 케리의 아버지도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딕 체니는 37살 때 가벼운 심장 발작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실제로 체니는 부통령 시절 심장 수술을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1984년 두 번째 선거 당시 73세의 고령이 큰 이슈였다. 그의 아들이 책을 펴내 “대통령 재직 시절 이미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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