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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아시아 경제 재도약 신호 두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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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한국은 지난 6개월간 고유가, 일본 지진, 미국 소비 감소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견조히 늘어난 수출에 힘입어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세계 경제는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 또한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의 경제 지표들이 경제 성장세가 안정될 것임을 보여준 점이다. 아시아 기업은 재도약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2분기 HSBC 이머징마켓지수(EMI)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크게 반등했던 이머징 마켓의 경제 활동이 제조업 생산 둔화로 인해 약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올해 1분기 정점에 올랐던 국제무역이 점차 모멘텀을 잃고 성장 속도가 크게 떨어졌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기업 경기 및 소비심리를 약화시켜 올 상반기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지표가 매달 하향선을 그리면 그 뒤에 숨어 있는 긍정적 신호를 놓치기 쉽다. EMI에 나타난 두 가지 긍정적 신호에 주목해 보자.

 첫째로 수출 성장은 주춤한 상태이나 아시아 각 국가의 내수는 안정화 추세다. 지난 상반기 아시아의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정점에 이르렀던 생산 성장률 및 수출 성장률 둔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신규 주문이 느린 속도이긴 하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사실 내수 안정화보다 더 중요한 신호는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인하되고 있고, 중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각 정부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한 양적 긴축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한국은행이 이를 잘 인식하고 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연착륙으로 올 3분기에 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 결국 경제 성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 원동력은 바로 이머징 국가들 간에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남남(南南)무역’이다.

 이머징 마켓의 경제 성장과 선진국과의 상관관계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에게 크게 의존했던 수출 주도형의 이머징 국가들은 서구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부진한 사이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른 이머징 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이 과도한 부채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글로벌 경제 성장을 힘차게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는 이머징 마켓 간의 무역 및 투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머징 마켓을 잇는 ‘신(新)실크로드’를 통해 더 넓은 무역망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및 남미의 경제 연결고리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는 기업들에는 비즈니스 전략을 확장하고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머징 마켓의 소비가 결국 미래 무역 및 소매 시장 지형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머징 마켓의 신흥 소비층을 위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신실크로드’가 열리면서 아시아의 기업들은 여러 면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머징 무역 간의 무역 및 투자가 늘어나면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연착륙의 가능성은 기업들이 잠시 뒤로 물러서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신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위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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