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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월세대란 … 창 없는 쪽방도 ‘품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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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8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대학생 임대주택 ‘꿈꾸는 다락방’. 지난달 문을 연 이곳은 가파른 언덕길을 500m 정도 올라가야 나타난다. 노인요양시설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했다. 지금은 8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16명의 대학생들이 입주해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만원이면 거의 거저죠.”

 103호에 살고 있는 연세대 물리학과 2학년 박석희(22)씨가 말했다. 고향이 대구인 박씨는 아버지가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박씨는 지난해 말 제대 후 경기도 고양의 작은아버지 집에서 지냈다. 그러나 작은아버지네 가족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던 박씨는 허름한 옥탑방도 월 40만원이나 하는데 놀라 이곳에 지원했다. 박씨는 “과외 두 개를 뛰며 매달 80만원을 버는데 월세 30만원을 아낄 수 있고 밥도 직접 해먹을 수 있다”며 “생활비로 50만원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월세상승률은 전년도 대비 2.8%로 1995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대란’은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신촌은 보통 40만원씩 하던 원룸 월세가 5만원씩 올랐다. 고려대·성신여대 주변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3만원씩 오르는 추세다. 대학생들이 임대주택으로 몰리는 이유다.

 그러나 임대주택 물량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SH공사·LH공사·서대문구청·성동구청 등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 임대주택은 656곳에 불과하다. SH공사 측은 “물량이 적다 보니 일단은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으로 자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원자격이 된다고 해도 평균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등록금과 월세가 비싸다 보니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없는 학생들은 고시원으로 몰리고 있다. 고려대 근처의 한 고시원은 방학인데도 방 24개 중 22개가 차있었다. 그중 10개는 창문도 없는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이다. 고시원 총무 박모(29)씨는 “방학이면 보통 절반쯤 비어있고 창문 없는 방은 거의 입주자가 없었는데 올해는 꽉꽉 차있다”며 “다른 고시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현혜란 인턴기자(연세대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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