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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앨범 ‘노란 딱지’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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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정명훈씨의 2009년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모습. 이들은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으로 지난해 유럽 투어를 마친 뒤 올해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노란 딱지’ 붙은 첫 한국 교향악단 앨범이 19일 나온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에게만 허용돼온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의 노란색 로고를 단 앨범이다.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드뷔시·라벨 음반(사진)이다. 113년 전 창립한 DG에선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엔리코 카루소(테너) 등 ‘음반 전성기의 스타’가 탄생했다.

 정씨와 서울시향은 DG 본사와 계약해 앨범을 낸 첫 한국 연주자·연주단체로 나란히 기록됐다. 오케스트라로는 아시아 최초다. 앨범은 한국뿐 아니라 45개국에서 나온다. 2016년까지 총 10종이 나올 예정이다. 한국 클래식 음악의 또 다른 개가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꼽히는 노먼 레브레히트는 블로그에서 “DG와 극동지역 오케스트라 최초의 계약이다. 클래식 음반시장의 활기와 젊고 재빠른 구매자들의 덕분일 것”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저명 평론가 다카쿠 사토루(高久曉)도 “일본에서도 이달 말 앨범이 나오는데, 애호가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합격점”=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다카쿠 사토루는 “10년 전 한국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땐 수준이 높지 않았다. 6년 전 부임한 지휘자 정명훈이 오케스트라를 뿌리부터 바꿨다. 아시아권에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정명훈씨가 주특기로 하는 프랑스 음악이 담겼다.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라벨의 모음곡 ‘어미거위’, 무용시 ‘라 발스’다. 서울시향이 지난해 5~6월 유럽 9개 도시 투어에서 연주했던 작품이다. 투어를 앞두고 5개월간 9회 공연했을 정도다. 녹음 전체 길이가 54분11초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추가 작품을 녹음하지 않고 잘하는 레퍼토리에 집중했다. 세계적 음반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2년 프로젝트의 결실=서울시향은 이번 앨범 프로젝트를 2009년 시작했다. 이듬해 녹음을 진행하면서 음반사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유럽 투어 후 DG가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시향이 2006년 3월 자문으로 영입한 DG의 전 부사장 마이클 파인 또한 힘이 됐다. 올 4월 DG가 속해 있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코스타 필라바키 부사장이 직접 내한해 계약서에 사인했다. 음악평론가 최유준씨는 “단원들의 개별 연주가 충분히 드러나 프랑스의 화려한 색채를 좀 더 드러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국 토종 단체의 녹음이 담긴 역사적 의미는 여전히 기념할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올 하반기 이후 차이콥스키 또는 말러로 두 번째 앨범을 낸다. 유럽 음반사인 DG에는 가장 활력 있는 시장인 아시아를 끌어안을 수 있는 기회다. 두 꿈의 만남이 시작된 참이다.

김호정 기자

◆도이치그라모폰=1889년 창립 이후 클래식 음악 레코딩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현존 음반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83년 카라얀과 베를린필이 녹음한 최초의 CD를 발매하면서 혁신을 주도했다. 이곳 앨범 출시는 세계적 인정을 받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한국인 연주자가 국내 발매에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 발매를 조건으로 DG 본사와 계약한 것은 정명훈·서울시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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