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2세 톰 왓슨 홀인원 …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스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톰 왓슨이 6번 홀(178야드)에서 홀인원을 한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린에 한 번 튕긴 후 홀로 빨려 들어간 통쾌한 에이스였다. 동반 경기를 한 손자뻘 톰 루이스(왼쪽)는 “내가 어떤 성적을 내든 왓슨과의 경기는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 AP=연합뉴스]


황량한 링크스에서 영원한 건 바람과 그의 스윙뿐이었다. 노신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스윙(timeless swing)을 하고 있다.

 2009년 디 오픈에서 당시 60세이던 톰 왓슨(미국)은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까지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왓슨의 마지막 홀 어프로치 샷은 불운하게도 그린의 딱딱한 부분에 맞고 크게 튀어 그린을 지나쳤다. 왓슨은 이 홀에서 보기를 했고 연장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가슴 졸이며 왓슨의 경기를 지켜보던 장년층 팬들은 속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왓슨은 “장례식도 아니지 않으냐”면서 웃고 나갔다.

 원래 그 대회가 왓슨의 마지막 오픈 챔피언십이 됐어야 했다. 디 오픈은 만 60세를 넘는 선수는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뻘 선수 155명 중 154명을 이긴 왓슨의 업적이 룰을 바꿨다. 디 오픈은 “왓슨이 나올 수 있게 하라”는 여론을 받아들여 이전 챔피언들 중 10위 이내에 든 선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추후 5년간 출전권을 주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왓슨은 영국 남부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2011년 대회에서도 변치 않는 스윙을 하고 있다. 15일 밤(한국시간) 벌어진 2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쳤다. 178야드의 6번 홀에선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다. 그린에 한 번 튕긴 후 홀에 쑥 들어가는 통쾌한 에이스였다. 전날 2오버파를 합쳐 2오버파로 16일 오전 0시 30분 현재 156명 중 공동 49위다. 62세의 그가 20~30대 젊은 선수들과 힘과 지혜를 겨뤄 얻어낸 스코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왓슨의 1라운드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93야드였다. 대회 평균 (291.1야드)보다 두 발자국 정도 더 나갔다.

 그의 함께 경기한 20세의 아마추어 선수 톰 루이스(잉글랜드)는 이름을 (톰) 왓슨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왓슨은 디 오픈에서 5차례 우승, 영국에서 유달리 인기가 높다. 루이스는 1라운드에서 대회 사상 아마추어 최저타인 65타를 쳤으며 “왓슨과 함께 경기한 것이 황홀했다. 그와 함께 경기하면서 힘을 얻었고 그의 경기를 참고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성적을 냈든 그와 함께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왓슨은 “그 아이 참 잘하죠. 내 손자뻘 되는 아이입니다”라면서 웃었다.

 왓슨은 지난 3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스윙(the timeless swing)』이라는 책을 펴냈다.

벤 호건이나 잭 니클라우스 등 다른 거장의 책처럼 원칙에 충실하다. 골프 잡지에서 알려주는 미시적이고 혼란한 편법이 아니라 원칙을 쉽게 되새겨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책에서 왓슨은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척추각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 클럽헤드가 공을 바로 지나서 스윙의 최저점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기본으로 돌아가기(Getting back to basics)』라는 스윙책을 냈다. 이번에 낸 책에는 ‘젊게 스윙하기’라는 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의 스탠퍼드 대학 골프팀 선배이자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지낸 샌디 테이텀이 나이 들어서도 멋지게 스윙하는 표본이라고 왓슨은 설명했다.

테이텀은 1920년생으로 91세다. 왓슨은 어깨가 잘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하체를 통 속에서 돌린다고 생각하면 어깨가 충분히 돌아갈 수 있으며 어깨턴을 천천히 더 멀리 해야 하고 왼팔을 단단히 유지하는 것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썼다. 거리가 더 필요하면 왼쪽 발을 조금 더 열면(약 30도) 다운스윙에서 왼쪽 골반이 빨리 돌아가면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호준 기자

북아일랜드의 힘, 대런 클락 2R 공동 선두

US오픈 작년·올해 우승자도
모두 북아일랜드 출신
히메네스 선두권 … 양용은 24위

대런 클락

지난해 US오픈 우승자는 그레이엄 맥도웰이다. 올해 US오픈 우승자는 로리 매킬로이다. 두 선수 모두 북아일랜드 선수다. 북아일랜드의 면적은 강원도와 전라남도 중간 크기다. 인구는 160만 명으로 강원도 정도다. 이 나라의 선수들이 인구 200배, 면적 700배가 넘는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을 2년 연속 가져왔다.

 15일 밤(한국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파70·7211야드)에서 시작된 디 오픈 2라운드에서도 북아일랜드 선수가 선전했다. 북아일랜드 골프 선수 중 맏형 격인 대런 클락은 2언더파 68타를 쳤다. 전날까지 합쳐 4언더파로 16일 오전 0시 30분 현재 현재 루커스 글로버(미국) 등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북아일랜드의 날씨는 고약하고 땅은 척박하다. 영국에서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이 벌인 테러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다. 매킬로이가 2016년 올림픽에 영국 국적으로 나가겠다고 하자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교도들이 발끈했다고 한다. 그러나 골프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바닷가는 자연 그대로 링크스 골프장이다. 날씨가 궂어 잡초처럼 강인한 골퍼들이 나온다.

 첫날 2언더파 공동 6위에 올라 국내 골프팬들을 놀라게 한 황중곤(19)은 2라운드에서 한때 공동 4위까지 올라갔으나 후반 보기가 이어져 합계 2오버파 49위로 경기를 끝냈다. 황중곤은 고교 시절 캔 뚜껑을 따다가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아마추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올해 일본에서 뛰고 있는데 컷 통과를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했고 투어 자금이 모자라 버스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디 오픈 출전권이 걸린 미즈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우승 상금은 2200만 엔(약 2억9400만원)이었다. 그의 세계 랭킹은 296위다.

 토마스 비외른(덴마크),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 유럽의 노장들이 선두권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양용은(39·KB금융)은 이븐파 24위로 2라운드를 끝냈다. 매킬로이와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은 이븐파,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3오버파, 최경주(41·SK텔레콤)는 4오버파로 경기 중이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