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초점 사외이사] 누가 뽑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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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본격화되면서 누가 어느 기업의 사외이사가 되느냐가 관심 거리다. 특히 올해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1명씩 더 늘려야 한다.

또 현대.SK.데이콤 등 상당수 기업들이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 정원의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해 사외이사 수요가 그전보다 늘었다.

◇ 물밑경쟁 치열〓A기업은 지난주 사외이사 결정을 위한 회의를 3번이나 한 끝에 변호사 1명을 사외이사로 낙점했다.

충원할 사외이사는 1명인데 5명이 몰렸기 때문. A사 사장은 "사외이사를 하겠다고 배경을 동원하거나 스스로 추천하는 사람도 많지만 전문성이 있고 경영자문과 감시까지 할 수 있는 적임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박병일 세무사와 제휴 파트너인 미쓰비시상사의 자동차본부장인 카노코기 타케시씨를 새로 선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황재성씨 등 전 국세청 관료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공인회계사인 김모씨(57.전직 국세청 관료)는 "어떤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다가 다른 사람에 밀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며 "내년에 기업들이 사외이사수를 더 늘려야 하므로 기대를 걸고 있다" 고 말했다.

◇ 낯선 사람은 꺼린다〓기업들은 평소 친분이 있거나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 H그룹 모 전무는 "경쟁사에 유출되면 타격을 줄 수 있는 회사의 영업비밀이 사외이사에 대부분 공개되기 때문에 모르는 인물을 추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잘 아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가운데 후보를 물색해 거의 낙점이 끝났다" 며 "올해는 예상보다 젊은 인재들이 여러명 사외이사로 참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은 현직 관료를 사외이사 후보군에 넣어 이들이 퇴직하면 선임할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단체 연수자도 사절〓지난해 11월과 올 1월 전직 관료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과정 연수를 한 전경련은 내달 3기 연수를 시작한다.

전경련 국제경영원 한영섭 국장은 "연수를 마친 사람들의 이력서를 상장회사에 보내지만 선임된 경우는 거의 없다" 면서 "상장사들이 이미 사외이사를 정해 놓고 들러리를 세우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경총의 고급인력정보센터에도 기업체 임원 경력을 지닌 사외이사 후보 4백여명이 등록돼 있으나 아직 경총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된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한상의 부설 한국사외이사발전회도 사외이사 양성교육을 통해 7백여명을 배출했으나 발전회가 추천해 사외이사가 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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