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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승부조작 근절대책이 ‘상무 K-리그 퇴출론’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상무 불사조 축구단은 1984년 창단했다. 군인 팀이지만 프로축구 K-리그에 속해 경북 상주를 연고지 삼아 뛰고 있다. 프로축구가 승부조작 추문에 휩싸인 가운데 상무는 위기를 맞았다. 13일 현재까지 이수철 감독과 김동현 등 선수 4명이 구속됐다. 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상무를 K-리그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축구계 일각의 주장이 있다. 국방부가 내년 K-리그에 상무를 출전시키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상무 부대와 연고지인 상주에서 ‘사실무근’이라며 진화했지만 상무의 미래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다.

 상무 퇴출이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을 근절하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일까? 프로축구연맹에서 두 차례에 걸쳐 승부조작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파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승부조작은 단지 상무 팀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승부조작을 근절하려면 K-리그의 노력뿐 아니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등 기관의 역할이 확대·강화돼야 한다. 조정·권고에 그치고 있는 사감위의 권한을 조사·처벌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은 범죄이니 엄한 수사와 처벌이 필수다. 그 대상이 어찌 상무뿐이겠는가.

 한국 축구는 상무를 통해 엘리트 축구선수들의 병역과 경기력 유지·향상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이동국(32·전북)·조재진(30·은퇴)·김정우(29·상주) 등 전·현 국가대표 선수들이 상무 출신이다. 이 기능이 정지되면 한국 축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올 수 있다.

 상무 퇴출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른 적 있는 이탈리아 리그를 예로 든다. 하지만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2006년 승부조작에 연루된 1부 리그의 유벤투스는 우승팀이었지만 타이틀을 뺏기고 2부 리그로 쫓겨났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승강제를 실시하므로 전력이 강하면 1부 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상무가 K-리그에서 물러나면 2부 리그 이하에서 뛰어야 한다. 2부 리그와 K-리그의 수준 차는 크다. 지금은 실업팀과 프로팀이 함께 뛰던 수퍼리그 시절이 아니다. 프로 선수들이 주력인 상무가 2부 리그에서 뛰면 아마추어 팀 입장에서 볼 때 공평하지 않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무 퇴출론은 무책임하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오명을 홀로 뒤집어쓴 채 사라져주기를 요구하는 듯하다. 상무를 희생양 삼아 일시적으로 모면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상무가 필요해질 것이다.

김종력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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