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집 내고 활동재개한 신승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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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그는 세면대 앞에서 손에 물을 적시며 물끄러미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낯설고 서글퍼 보이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서른 두 살이라고 했다. 너는 누구인가. 누굴 위해 살아왔는가. 그리고 여기는 지금 어디인가. 그가 거울 속 남자에게 묻는다.

'발라드의 황제' 라고?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1백만장 판매의 벽을 넘어섰다고?… 이런 얘기들이 가수 신승훈(32)을 다 설명해줄 수 있을까. ' 신승훈이 돌아온다.

14일 일곱번째 음반 '디자이어 투 플라이 하이' (Desire to fly high)를 선보이는데 이어 4월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73-0038)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번 7집 음반(12곡 수록)의 주제어는 '글로벌' 이다. "평소 크로스 오버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는 그는 이 음반에 아프리카.인도의 전통악기 소리와 샴바.보사노바 리듬을 차용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담아냈다.

10년 활동을 결산한다는 의미로 기존 곡들이 가진 분위기를 새로운 곡에 담아보려는 시도를 한 것도 특징. '가잖아' 가 '그후로도 오랫동안' 의 분위기를 재현한 곡이라면 ' '내안의 그녀' 는 과거 통기타 연주로 산뜻함을 더했던 '오렌지…' 의 분위기를 집약한 곡이다.

애틋한 아코디언 연주를 실어낸 '이별 그후' 는 '보이지 않는 사랑' 을 연상케 하는 감미롭고 애절한 발라드 곡이다. '체인지' 와 '포에버' 는 각각 삼바와 테크노 리듬을 신나게 살린 댄스곡. 보사노바 리듬을 살려 달콤하고 낭만적으로 들리는 '어느 멋진 날' 도 주목할 만 하다.

음반을 들어본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장르를 나열했지만 대중성과 음악성을 적절히 안배한 솜씨가 엿보인다" 며 "10년간의 음악적 시도와 역량이 결집된 음반으로 평가할 만 하다" 고 말했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음반 출시를 앞두고 다소 조바심을 느끼고 있을 거란 예측과 달리 그는 너무도 담담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싱어송 라이터로서 10년간 음악을 해왔다는 자부심,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레임이 전해져 왔다.

- 이번 음반에서 변화를 얼마나 담아냈는지.

"급격한 변화만이 최선이거나 탁월한 음악성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점이 모여 선이 되는 것처럼 나 자신을 비롯, 내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라고 말하고 싶다. "

- 한동안 작곡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나중에 무혐의로 판결났지만 1998년에 있었던 탈세사건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작년 9월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여행과 자전거, 마당에 쌓여있는 노란 은행잎, 류시화씨의 시집 등이 나를 위로해 줬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엔 그런 가운데 어느날 거울을 보면서 느낀 것을 그대로 담았다. "

- 최근 한 방송에서 '사라진 가수' 로 이름이 올랐는데.

"TV를 보다가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올해가 데뷔한 지 10년째다. 그동안 나는 1년 6개월 단위로 꾸준히 음반을 내왔고, 또 이렇게 7집 앨범 준비에 밤을 새우고 있는데 '사라진 가수' 라니…. 그 순간엔 화났었지만 지금은 담담하다. 음반으로 평가받겠다. "

- 어느날 잊혀진 가수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나.

"솔직이 '옛날 당신 팬이었어요' 라는 말처럼 충격적인 말도 없다. 하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을거다. '은퇴' 같은 것도 생각해본 적 없다.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이 자부심을 지켜 끝까지 뮤지션으로 남고 싶다. '이제 끝나는 거 아냐?' '이번이 고비래' …. 3집을 낼 때부터 이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식으로 보면 난 매번 고비였다(웃음). 판매량으로 한 뮤지션의 음악적 생명을 가늠하면 안된다. 판매량이 떨어졌다고 그것으로 한 뮤지션을 '망가진 사람' 으로 모는 풍토가 문제다. 그동안 그가 해온 것들을 존중해주는 애정이 아쉽다. "

- 조성모가 선배(신승훈)를 위해 휴식에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라면 10년전 내가 조용필 선배를 위해 휴식에 들아갈 수도 있었을텐데(웃음). "

- 요즘 가요계를 어떻게 보는지.

"가수가 노래 연습 보다는 춤 연습에 더 신경쓴다. 또 대중들은 가수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대신 그들이 입고 나온 의상을 보고 이미지를 소비할 뿐이다. 가수가 정신차리고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 최근 386세대 가수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데.

"음악을 하는데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과 자신감, 그리고 자기의 소신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적절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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