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김지운 감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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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을 키워낸 씨앗은 1998년 〈정사〉 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 김대우씨가 무심코 던진 짤막한 말 한마디였다.

"이래 저래 쥐어 박히는 은행원이 밤에 레슬러가 된다면"
여기에 뼈와 살을 보태 멋들어지게 흥행 성공작을 빚어낸 김지운(36.사진)감독은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다.

그런 그지만 막상 영화판에서 자신의 작품에 깊숙이 빠지다 보니 오히려 영화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한다. 영화 매니어로서의 감각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영화작업 내내 촬영장 이곳 저곳으로 VCR를 짊어지고 다니며 거의 매일 영화 한두 편을 감상한다.

그게 밑거름이 되었는지 그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칙왕〉시나리오도 2주 만에 완성했다. 촬영에 빠진 영화감독 하면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떠오르지만 그는 여유가 대단하다. 또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10년 가까이 그를 지켜봐온 〈반칙왕〉의 PD 이미연(37)씨는 "촬영장에서 휴대폰이 울리도록 내버려두는 사람은 김감독 한 사람뿐" 이라고 전한다.

김감독은 98년에 잔혹 코미디극 〈조용한 가족〉으로 영화계에 데뷔하기 전까지 연극계에서 착실하게 기반을 다졌다. 굳이 서울예전 연극과를 택했던 것도 인문학적 소양을 염두에 뒀기 때문. 그가 연출한 대표적인 연극은 재일교포 작가 스가 고헤이(한국명 김봉웅)의 '불타는 바다' 와 '무비 무비' . 한때 인기를 끌었던 연극배우 김지숙씨가 그의 누나이며 권투선수를 지낸 김지원씨는 그의 형이다.

현재 김감독은 다음달 중순 〈조용한 가족〉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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