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차가운 워크아웃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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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42위(2010년 7월말 현재)의 중견건설사인 한일건설은 지난달 말 갑작스레 42명(임원 6명 포함)을 정리해고했다.

지난해 100명 가량이 나간 이 회사는 해고 대상 직원에 한달 가량의 말미를 줬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1주일도 채 주지 않았다. 더욱이 50명 가운데 과장급 이하의 실무진도 포함돼 있었다.

정리해고 대상에 올라 회사를 떠났다고 주장하는 A씨는 "정리해고 대상이 발표된 이후 닷새 안에 회사를 떠나라는 지침이 내려와 떠난 사람들은 물론 남아있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하다"며 "신규 사업이 거의 없는 워크아웃사라면 일반 사원보다 임원급이 많은 비정상적인 구조부터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부터 급여도 10~20% 가량 삭감된 상태에서 회사를 살려보겠다며 직원들이 버티고 버텨왔는데 너무한 처사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일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로 현지 사업에서 철수한 인원들을 전환배치 혹은 재택근무로 전환시키는 등 어떻게든 이런 사태를 피해보려는 노력을 했지만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리비아 현지 인원이었던 25명을 포함한 인원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워크아웃 건설사에 칼바람이 드리우고 있다. 몇몇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등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난 허덕이는 업체들 많아


지난 2008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A건설사의 경우 워크아웃이 개시된 이후 그렇다할 신규 사업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입주를 맞은 단지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가격 하락을 우려한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실적을 종합한 결과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당기순익 손실폭도 확대됐다.

A사 관계자는 "조만간 임원급에 대한 정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급의 절반 이상이 물갈이가 될 것이란 얘기가 사내에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워크아웃에 돌입한 B사 역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몇달간 아예 급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B사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급여 문제는 다소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며 "정상화를 위해 전 직원이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권 내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 혹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곳은 12곳에 이른다. 조만간 올해 시평순위가 발표를 앞두고 있어 순위 변동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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