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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암’보다 무서운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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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호 35면

1990년대 후반부터 보편화된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화통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e-메일, 게임 등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사용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에 ‘국제 암 연구소’(IARC)는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이 암 발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30kHz∼300GHz대역의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무선전화기, 각종 통신기기·의료장비 등이 암 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단말기를 귀에 대고 통화할 때,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이 뇌에 직접 영향을 미쳐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 교종(glioma)의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암 연구소는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으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암 유발 요인을 공식적으로 확립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 발표는 다른 연구결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많은, 혹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고민이 생긴 것이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할 것인가, 아니면 그에 상관 없이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 많은 사람에게 휴대전화의 사용을 중지한다는 건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을 줄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전화기를 직접 귀에 대지 않고 이어폰 등을 사용해 통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블루투스 같은 무선 장비도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생하므로 그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 암 연구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수많은 연구 가운데 실질적으로 상관관계를 보여준 연구는 아주 적기 때문이다. 미 국립 암 연구소의 마타 리네 박사는 이런 모순되는 결과들이 나오는 원인으로 정확하지 않은 조사 자료를 지적한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수천 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정확한 역학 조사를 하는 데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연구 자료가 환자 자신의 판단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심리학적으로 암 환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좀 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이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이 오랫동안 계속 제기됐지만, 어느 누구도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 규명하지 못한다. 이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미·유럽에서 대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5만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빈도와 암 발생률의 객관적인 자료를 전화회사를 통해 직접 모으고 있다. 미국 암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나오게 되면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생의 연관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많은 전문가는 휴대전화 사용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해도 술·담배와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암 발생 요인과 비교해 현저히 작은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생의 복잡한 연관 관계를 떠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 산만 때문에 전체 자동차 사고의 25%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암 발생 걱정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것부터 실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편도훈 경북대 미생물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바이러스학과 종양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 암연구 학회와 바이러스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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