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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유일한 해방구는 인터넷?

중앙일보

입력

역시 한국정치는 오데로 갔나? 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던 하루.

3월 4일, 여의도 한켠에서는 나른한 주말 오후의 느긋함과 함께 ''인터넷과 정치'' 라는 굵직한 타이틀을 가지고 디지털 정치 시대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정치학회를 비롯 굵직굵직한 정치협객들이 전진 배치되었건만, 2시간째 접어들즈음 코고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뛰쳐나오고 말았다.

예컨대, 물을 잔뜩 머금은 솜이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라는 하늘나라 별따기 수준의 어렵기만한 ''여전히 그수준'' 인 우리나라 정치를 다시한번 느꼈기 때문이랄까. 청신한 얼굴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新인사로 등장한 ''인터넷''과 친해지려고 해도 ''정치, 넌 안돼!'' 라는 부정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만 같다. 혹자는 ''만능 탤런트적 재능을 보유, 인기순위 1위를 구가하고 있는 인터넷이 ''정치'' 와는 영 궁합이 안 맞는 것 같군요!'' 라고 말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장 뒤떨어지고 꽉 막힌 정치의 유일한 해방구는 ''인터넷'' 밖에 없다라는 강한 긍정론이 요즘 부쩍 강세를 띠고 있다. 98년부터 고개를 든 ''전자민주주의''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으로 보다 본격화되었고, 인터넷은 곧이어 기성 정치틀을 깨뜨릴 만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치'' 라는 아이템은 검색엔진 카데고리에서도 한동안 비인기종목으로 취급받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는 제법 인터넷과 가까워지고, 여기저기 함께 등장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이버 정치주식 투자, 포스닥?

1천만이 넘어선 네티즌 인구, 4.13 총선, 사이버 주식거래, 온라인 선거운동 등이 활발해 지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였다. 최근 주식열풍과 ''정치''가 만나 탄생한 ''포스닥(www.posdaq.co.kr)'' 사이트에서는 현직 국회의원 및 총선참가자들을 주식가격으로 환산, 실주식시장에서처럼 ''사고팔고''의 묘미를 느낄수가 있다. 이 사이트는 끊임없이 다양한 온오프 이벤트를 개최해 정치에 관심많은 네티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총선이 한달앞으로 바짝 다가온 요즘, ''총선후보 주식시장'' 이니 ''족집게 당선자 맞추기 대회'' 등 기업주식투자에만 열을 올렸던 유권자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유권자 여러분!

한편,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풍토가 바뀌고 있다! 넷맹 정치인들은 네티즌 유권자를 겨냥한 홈페이지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 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인기도 순위를 매기기도 했는데 현재 5만명의 방문기록을 자랑하는 정동영 의원(www.polcom.co.kr/cty)이 1위, 다음으로 김민석, 홍사덕, 안상수 의원 등이 대표선수.

또하나, 요즘 신문지면에 수시로 등장하는 낙선낙천운동의 주인공인 총선시민연대 (www.ngokorea.org) 홈페이지가 있다. 이정현의 ''바꿔'' 반주가가 MP3로 제공되고, ''힘보태기'' 성금걷기를 실시간 온라인뱅킹으로 처리한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이와 공동으로 ''총선정보통신연대 (www.netngo.or.kr)'' 에서는 네티즌 행동지침, 부정선거 제보란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있는 온라인 방식 여론툴인 ''Live Poll(실시간 투표)'' 은 정치관련 사이트에서는 수시로 등장하는 메뉴다. 관련 사이트치고 실시간 투표가 없는 곳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정치와 관련한 몇몇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았지만 아직은 많은 한계가 들여다보인다. 아마도 기성정치 마인드가 여전히 인터넷과는 커다란 괴리감을 안고 있기 때문일거다. 한국정치학회의 박동진 박사는 요즘 인기있는 Mobile 붐을 가리키면서 ''16대 총선이후에는 Mobile Internet 이 선거트렌드로 등장할 것이다'' 라고 예상하는 반면, ''후보자들의 정치마인드 부재가 이러한 예상에 부응하지 못할수도 있다'' 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낙선낙천운동과 같은 시민불복종운동이 본격적인 활기를 띠면서 온라인에서는 ''전자시민불복종운동'' 이 전개되고, 또한 사이버공간에서의 활동이 영향력을 띠면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킹을 하는 ''핵티비즘'' 도 나타난다.

낡은 옷, 바꿔!

이러한 여러 부정적 효과가 속출되는 반면, 인터넷 전문가들은 ''가장 낡은 옷을 입고 있는 정치가 인터넷과의 만남을 통해 좀더 발전하고,사회에 공헌하는 세련된 옷으로 바꿔입을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주장한다.

시민들을 밋밋한 불감증(不感症)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한국정치. ''자유''와 ''솔직함'' 을을 대변하는 네티즌들이 목청껏 할말을 할수 있는 공간! ''인터넷'' 을 클릭해 보라. 거기에 새로운 ''정치문화''가 싹트고 있을 것이다.

* 핵티비즘:해커(hacker)''와 행동주의를 뜻하는 ''액티비즘(activism)''의 합성어로써, 급진적인 정치·사회적 목적을 획득하기 위한 컴퓨터 해킹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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