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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 혐의 ‘파티 맘’ 무죄 … 미 ‘제2 OJ 심슨 사건’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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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법정에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케이시 앤서니가 무죄 평결을 받자 웃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엄마가 2년9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평결을 받자 재판 결과가 잘못됐다며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케이블 방송이 재판 과정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자식을 방치한 채 파티 등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미모의 20대 싱글맘(일명 ‘파티 맘’)이 어린 딸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6일 CNN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 법원은 5일(현지시간) 딸 케일리(2)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케이시 앤서니(25)에 대해 배심원단이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앤서니는 1급 살인·아동학대·위증 등의 혐의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평결을 받았다. 12명의 배심원단은 “앤서니가 딸을 살해했다고 볼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 평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확보 못 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제2의 OJ 심슨 사건’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며 “법정 밖에 배심원 평결에 항의하기 위해 수백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비판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케일리는 2008년 6월 실종됐다. 앤서니는 19세 때 케일리를 낳아 친정에서 아이를 길렀다.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던 앤서니는 케일리가 실종됐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는 친정 부모가 케일리의 행방을 물을 때마다 “베이비시터와 디즈니랜드에 갔다” “친구 집에 보냈다”고 둘러대며 한 달을 끌었다.

 앤서니는 아이가 사라진 동안에도 예전과 다름없이 생활했다. 몸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문신을 새긴 뒤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결국 실종된 지 한 달 뒤 앤서니 어머니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앤서니의 행적과 증언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한 검찰은 그를 일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케일리는 실종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집 근처 숲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입과 코에는 강력 테이프가 감겨 있었고 입 부분에는 하트 모양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딸이 실종된 뒤에도 클럽 파티를 즐기고 새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는 점을 들어 ‘파티 맘’ 앤서니가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딸을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변호인단은 케일리가 집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익사했고 앤서니는 이를 숨긴 것뿐이라고 맞섰다.

 AP통신은 “검찰은 앤서니가 육아에 관심 없는 무책임한 엄마이며 수사 과정에서 계속 거짓 증언을 했다는 점은 입증했지만 배심원을 설득시킬 결정적인 법의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에스더 기자

◆OJ 심슨=미국 프로풋볼리그 스타 출신으로 1994년 6월 전 부인 니콜 브라운과 그의 남자 친구 로널드 골드먼을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 현장에서 그의 범행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가 발견됐으나 변호인단은 증거 수집 과정을 문제 삼아 이를 무효라고 주장했고, 1년4개월여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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