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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 백지연 "난 정이 많은 여자"

미주중앙

입력


-미국에는 왜 왔나

"일 때문에 왔다. 현재 MC를 맡고 있는 '피플인사이드(tvN)'가 100회를 맞았다. 매해 미국편을 제작하는데 올해는 특별하다.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오, 드림웍스의 창립자 제프리 카젠버그 등과 인터뷰를 했다. 섭외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CNN방송의 앵커 앤더슨 쿠퍼도 만났다. 1년 동안 애를 썼는데 섭외가 되고 나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10년 전부터 좋아했던 앵커인데 직접 만나보니 더 좋아졌다. 앵커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앵커 백지연'도 타고난 사람인가.

"사실 우연한 기회에 앵커가 됐다. 유학을 가려다 양사(KBS, MBC) 아나운서 시험에 운 좋게 붙었다. '내가 재능이 있나?' 자문했다. MBC 수습사원 때 덜컥 9시 뉴스 앵커가 됐다. 이런 상황들이 그때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앵커에 대한 재능을 각인시켜줬다. 방송을 시작한 지 올해로 23년이 됐다.

꽤 오래 한 편이다. 모든 일은 그 일이 원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이 두 가지가 매치한 건 행운이다.

앵커는 머리와 가슴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발력과 방송감각이 살아있는 머리, 따뜻함이 살아있는 가슴, 신뢰를 주는 이미지 말이다. 내가 이런 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다. 운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 것 뿐이다. 참! 성격은 한 몫 한 것 같다. 숙제를 먼저 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 이런 성격은 앤더슨 쿠퍼도 가지고 있더라."

-차가운 여자인가.

"대부분 날 차갑게 본다. 일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일할 때는 철저히 앵커가 된다. 앵커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앵커다. 그래서 차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 백지연은 다르다. 눈물 많고 정을 흘리고 다니는 여자다. 친구들이 정이 너무 많아 탈이라고 나무란다. 친구 후배 학생들에게 간까지 빼준다. 그래서 이용당할 때도 많다. 안다. 사람들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것이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간 빼주고 상처받으면 어떻게 치유하나.

"그냥 잊어버리려고 애쓴다. '내가 사람 잘못 봤구나'하고 나를 탓한다. 그래서 내가 원망스러워질 때가 많다. 상처받으면 털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려 애쓴다. 타인을 탓하기 전에 나를 혼내고 끝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어려운 질문이다. 일 중 가장 사랑하는 인터뷰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그 안에 소우주를 담고 있었다. 어떤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를 꼽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나 가장 기뻤던 사람은 있다. 바로 이번에 만난 앤더슨 쿠퍼다. 인터뷰 후 100% 이상 흡족했다. 마음이 따뜻한 좋은 사람이었다."

-가장 인터뷰해보고 싶은 인물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다. 빨리해야 되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 조바심이 난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반드시 인터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숭고하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얘기하다 보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최근 발간한 '크리티컬 매스' 어떤 책인가

"나의 7번째 책이다. 지식이 아닌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썼다.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가슴을 쿵! 머리를 환하게 했던 순간들이 있다. 이런 경험을 혼자 가지고 있기 아까웠다. 공유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크리티컬 매스는 물리학 용어로 임계질량을 의미한다. 핵분열성 물질이 어떤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공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세상은 성공과 실패를 너무 쉽게 단정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크리티컬 매스다. 이들의 크리티컬 매스는 정말 소름끼치게 똑같았다. 살면서 우리는 크리티컬 매스의 단계를 수없이 지나치고 있다.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그 앞에서 멈추고 아예 시도도 안 할 수 있다. 억울하지 않은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크리티컬 매스를 통해 인생의 핵심가치를 말하고 싶었다."

-크리티컬 매스를 뛰어넘었나.

"인생은 허들넘기라고 생각한다. 이 고비만 넘으면 다른 장애물은 없겠지하고 기대하지만 아니다. 허들은 끝없이 놓여있다. 나에게도 수많은 크리티컬 매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숙제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앵커 여성 딸 엄마로서의 숙제를 잘 해내고 싶다. 항상 이게 최선인가? 가식은 없나? 라는 자문을 끝없이 한다. 아직 인생의 과정에 있다. 앞으로 이 과정을 최선을 다해 걸어나갈 것이다. 인생의 벽돌 쌓기를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당신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인생이 마치 꿈과 같을 때가 있다. 나는 여기서 행복한데… 세계 곳곳에서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사악한 몇 명이 세계 68억 인구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 어지럽고 분노를 느낀다. 이런 일들이 더는 벌어지지 않도록 플러스 에너지가 마이너스 에너지를 이겼으면 한다. 내 아이가 아이비리그에 갈 수 있는지 연봉이 얼마인지의 여부를 떠나 인간으로서 플러스 에너지를 가지고 선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럼 이 세상이 더 행복해 질 것 같다. "

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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