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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테크노마트, ‘제2의 삼풍 사고’는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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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테크노마트 프라임센터(39층)와 판매동(12층)에 5일부터 최소 3일간 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렸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에 따른 조치다. 입주자 500여 명은 이날 오전 10분간 건물이 흔들려 외부로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안전불감증 사고가 또 도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부터 앞선다.

 테크노마트 건물은 과거에도 상하로 흔들림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가볍게 흔들린 게 아니라 책상에 쌓인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였다”는 입주민들의 증언을 볼 때 가벼이 넘길 상황이 아니다. 고층 건물이 좌우가 아닌 상하로 흔들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건물을 지지하는 기초부재 일부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프라임센터와 판매동은 사무실·전자상가·영화관 등에서 일하는 3000여 명이 상주하고 하루에 5만여 명이 오가는 곳이다. 1988년 완공된 프라임센터는 여의도 63빌딩의 1.6배에 달하는 크기다. 무슨 변고(變故)가 일어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원인을 예단할 순 없지만 주민들의 진정으로 안전점검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도 건물을 관리하는 프라임산업 측은 “진동을 느낀 사람은 예민한 일부에 불과하다”며 축소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니 답답하다. 더 큰 불행을 당한 뒤에야 정신을 차릴 셈이란 말인가.

 우리는 94년의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도 붕괴의 전조(前兆)가 있었지만 그냥 간과하는 바람에 대형 참사를 빚었다. 건물주·시공업자의 날림 공사와 당국의 허술한 준공검사가 어우러진 인재(人災)였다. 이번에도 징조를 보였는데도 부실하게 대응해 참사를 불러온다면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500여 명의 생명을 묻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만 16년(95년 6월 29일)이 방금 지났다는 점은 그저 우연일 수도 있지만 뭔가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성수대교 붕괴는 교각 볼트 한 개에서 시작됐다. 재앙은 우리가 무시하고 넘어간 작은 것에서 비롯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