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에게 총부리 겨누다니 …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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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우리 때는 전우에게 총부리를 겨눈 적은 없었습니다.”(해병대 1024기 한홍열)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튿날인 5일 해병대 홈페이지에는 수십 건의 글이 올라왔다. 희생당한 네 장병을 추모하는 글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해병대 출신인 것이 부끄럽다”며 분노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의 글이 빗발쳤다. 이들은 지난달 백령도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개탄했다.

 한씨는 “연평도 포격 사건 때는 적의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도 정신력을 잃지 않고 싸우다 전사한 후배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말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471기 윤동원씨는 “해병대를 전역한 선배로서 대한민국에 부끄러울 뿐”이라며 “어떻게 이런 나약한 해병을 배출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984기 박재영씨는 “나 때도 군 생활이 힘들긴 했지만, 전쟁터에 나가서도 내 한 목숨 선임들과 함께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어찌하다 자기와 같이 생활하고 같이 잠자리에 눕는 선임에게 후임이 총을 난사할 만큼 해병대 기강이 해이해졌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지도부들이 현재 해병대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사고 이후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디 ‘145김석길(알퐁소)’이라 밝힌 한 해병 전우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너무 안타깝고 통탄스럽고 허탈하다. 도대체 이런 부끄러운 일이 우리 해병대에서 왜 일어난단 말이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명분 없이 사라진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후배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할 뿐이다”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부적응자는 있으며, 해병대라고 왜 문제 사병이 없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해병대 전우회 이재원 홍보국장은 “엄격한 군기, 강인함만을 강요하는 군 문화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집중 상담제도 등을 통해 소외된 사병이 외골수로 치닫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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