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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후진타오의 중국공산당 90주년 기념 연설에 담긴 뜻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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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6월3일 오후 산깐닝변구(陕甘宁, 산시-깐수-닝샤 변경지구)정부가 소집한 현장 연석회의가 열렸다. 돌연 굉음 소리와 함께 번개가 회의장을 때렸다. 강당 안에 있던 옌촨(延川)현 대리현장 리차이윈(李彩雲)과 강당 옆에 묶여있던 당나귀 한 마리가 그 벼락을 맞고 숨졌다. 나귀 주인이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하늘이 눈이 멀었지, 왜 마오쩌둥은 안 죽이고…(내 나귀만 죽이나)”
나귀 주인은 곧바로 당원들에게 잡혔다. 이 소식을 들은 마오쩌둥은 그를 풀어주고 바로 사람들을 풀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조사결과는 금방 나왔다. 당시 옌안(延安)지역의 물자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농민들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했으며 이 때문에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 차있다는 정보가 보고됐다.
“이 사건 직후 마오쩌둥은 옌안지역에서 대대적인 생산운동을 벌였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지혜를 발휘해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전 교장인 리쥔루(李君如)가 최근 중국 시사잡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90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이 일화를 들었다.
요는 중국공산당은 자신만의 ‘항체(抗体)’를 갖고 있으며, 어떤 착오에 대해서도 면역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90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며 예를 열거했다.
1927년 87회의는 천두수(陳獨秀)의 우경투항주의 착오를 바로잡았고, 1935년 준이(遵義)회의에서 왕밍(王明)등 군사상 좌경모험주의 잘못을 고쳤으며, 1942년 옌안정풍운동으로 좌경착오를 없앴다. 1978년 11차3중전회에서는 문화대혁명 이래의 혼란을 끝내고 경제건설을 중심으로하는 개혁개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식이다.
여하튼 말도 많고 요란했던 중국공산당의 90주년 창당기념일이 지난 1일 지났다.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문의 연설을 했다. 다음날 도하 각 신문은 후진타오의 이번 연설이 강령성의 주요 문건이라며 철저한 학습을 요구했다.

후진타오의 연설에는 무슨 내용이 실렸나 살펴보자.

1840년 아편전쟁이래 중국 170여년의 역사를 개괄하면 이렇다. 우리 위대한 조국은 뼈에 새기고 마음에 새길 시련을 겪었다. 우리 위대한 민족은 하늘을 감동시키고 땅을 흔들 정도로 분투했다. 우리 위대한 인민은 사서에 빛날 위업을 이룩했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반식민지반봉건사회에 접어들었다. 열강들은 중국에 침입했다. 봉건통치는 갈수록 부패했으며 조국 산하는 파괴되고 전란은 그치지 않았다. 인민들에겐 굶주림과 추위가 닥쳤으며 노예상태로 전락했다. 망국을 구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민족의 사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었다.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고 인민을 해방시켜 국가부강을 실현하고 인민을 부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인민들이 반드시 완성해야 할 역사의 임무다.
(중략) 90년래 우리 당은 단결하여 인민을 이끌어 중국이라는 아주 오래된 땅 위에 인류발전 역사상 하늘과 땅이 놀라고 귀신이 눈물을 흘릴 정도의 장엄한 서사시를 써 내려왔다. 세 가지 큰 일을 완성했고 추진했다.
첫째, 인민들에 의지하여 신민주주의혁명을 완성했고 민족독립을 실혔했다.
둘째, 인민들에 의지하여 사회주의혁명을 완성했고, 사회주의 기본제도를 확립했다.
셋째, 인민들에 의지하여 개혁개방이라는 새로운 위대한 혁명을 진행하여,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개창하고 견지하고 발전시켰다.
(중략)90년의 발전 역정을 총결하면, 우리 당이 지키고 발전시킨 마르크스주의정당 선진성의 근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사상해방, 실사구시, 여시구진을 견지했다. 과학적 태도로 마르크스주의를 대했으며 발전된 마르크스주의를 이용해 새로운 실천을 지도하고, 진리를 견지하고, 착오를 수정했다. 자기의 길을 지키고 벗어나지 않았다. 시종 당이 개척 전진하는 정신 동력을 지켰다. 인민을 위하고 인민에 의지함을 견지했고 성심성의껏 인민을 위해 이익을 도모했다. 인민군중에서 지혜와 역량을 섭취했다. 시종 당은 인민군중과 혈육이라는 연계를 견지했다. 자신과 관계에 상관없이 인재를 임용하고, 널리 인재를 등용했으며 사업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인재를 배양하고 단련시켰으며 부단히 신선한 피를 받아들였다. 시종 당의 왕성한 활력을 견지했다. 당이 당을 관리하고 엄격하게 당을 다스림을 견지했다. 당내에 존재하는 돌출한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시대에 맞춰 해결했다. 시종 당의 조직을 건강하게 지켜냈다. (이상은 4대 시종(始終))
90년래 우리 당이 이룩한 성취는 모두 인민에 의지하여 함께 분투한 결과다. 인민이 진정한 영웅이다. 이 점은 우리가 영원히 잊어선 안된다.
금세기 상반기에 우리 당은 단결하여 인민을 이끌고 두 가지 위대한 목표를 완성해야 한다. 이는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이 되는 때에 십 수억 인구를 보다 높은 수준의 소강사회 혜택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될 때까지 부강, 민주, 문명, 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우리 어깨 위의 짐은 무겁고 책임은 크다. 전당원 동지들은 역사의 사명을 깊이 새기고 영원히 겸허, 근신하고, 교만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업무 태도를 지켜야한다. 영원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조건 아래에서 완강한 투쟁을 하는 업무 태도를 지켜야한다. 변혁에 용감하고 창신에 용감하고 영원히 경직되지 말고, 영원히 정체하지 말며, 동요하지 말고, 해태하지 말고, 뒤척이지 말아야 한다.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교란에도 유혹되지 말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용감하게 전진해야 한다. 더욱 분발하고 더욱 단결하여 전국 각 민족 인민을 이끌어 자기의 행복한 생활과 중화민족의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자!

중국의 지나온 길을 회고하고 업적을 평가한 뒤, 공산당의 마음가짐을 제시한 뒤 미래 과제를 제시한 연설이다.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문장이다.
끝으로 7월1일자 두 개의 신문 1면이 눈에 들어온다.

광둥 둥관에서 나온 둥관스바오와, 충칭의 충칭완바오다. 두 신문 뒤에는 두 명의 당서기 왕양과 보시라이가 있다. 이들의 경쟁과 중국의 향후 노선. 앞으로 1년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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