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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해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5호 02면

지난달 28일 저녁 압구정 CGV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1936~2008·사진)의 다큐멘터리 영화 ‘라무르’를 보러갔습니다. 지난주 그의 모로코 카사블랑카 회고전 기사를 넘기고 나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날이 마지막 상영일이었습니다. 마침 영화를 보고 해설까지 듣는 ‘아트톡’ 행사였죠.

영화평론가 한창호씨가 진행한 해설 강의 제목은 ‘스완의 사랑’이었습니다. 스완이 누구인가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그럼 왜 스완이 등장한 걸까요. 이브 생 로랑은 프루스트의 엄청난 팬이었죠. 동성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 책상 한복판에 프루스트 전기가 떡 하니 놓여 있네요. 그는 자신의 저택에 있는 방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붙였는데, 침실에 붙인 이름이 스완이었다죠.

게다가 소설 속 스완은 미술품 애호가였습니다. ‘델프트 풍경’을 그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를 특히 좋아했죠. 베르메르는 이 소설 덕분에 갑자기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네요. 이브 생 로랑도 미술품을 사랑했습니다. 평생 엄청난 작품을 모았죠. 그의 애인 피에르 베르제는 그가 죽자 작품을 모두 팔아 수익금을 에이즈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프루스트와 스완이라는 설명 덕분에 이 디자이너 커플의 정신 세계가 새롭게 들여다보였습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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