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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인 이상이 사랑한 사람들…그가 걸었던 1930년대 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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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상과 모던뽀이들
장석주 지음, 현암사
404쪽, 2만원

‘지구에 너무 일찍 온 사나이.’

 죽은 지 74년이 흘렀지만 이런 평가가 유효한 사람이 있다. 2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1910~37)이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석주가 이상 평전을 냈다. 이상의 삶과 문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가 활동했던 1930년대의 모습도 속속들이 파헤쳤다.

 이상을 비추는 거울은 다양하다. 큰아버지에게 입양됐던 그의 심적 갈등을 프로이트의 눈으로 살펴보는가 하면, 당시 세계 문학을 이끌던 다다이즘과 미래파 속에서 그를 탐구하기도 한다. 요양 차 떠난 황해도 배천 온천에서 첫눈에 반한 기생 금홍과의 연애담은 흡사 소설을 읽는 듯하다. 김기림·김유정·이태준 등 동시대 지식인의 일상과 그들이 나눈 우정도 이야기에 살을 붙인다. 고리대금업에 손을 댔던 김소월, 금광을 쫓다 폐결핵으로 숨진 김유정의 일화는 일종의 문학사다. 30여 년간 창작과 비평을 넘나들며 60여 권의 저서를 펴낸 저자의 역량이 십분 발휘됐다.

 장씨에 따르면 이상은 “민족 내부의 주체 역량에서 이루어진 ‘직영’ 근대가 아니라 ‘하청’ 근대”에서 활약했다. 저자는 그가 “문명과 야만, 위생과 비위생, 봉건과 자유, 부와 가난이 동시적으로 공존하는 비균질적이고 이상한 근대”를 겪으면서 그 ‘너머’를 꿈꾸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상이 그린 세계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극복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다.

 1930년대 경성 최고의 패션이었던 자유연애, 백화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내의 풍경 등을 120여 컷의 사진·그림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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