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양극화…대형은 국산, 소형은 외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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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전제품 시장이 대형은 국산, 소형은 외국산으로 양분되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은 몇년 전만 해도 수입품이 시장의 80% 이상을 휩쓸었으나 지금은 국산이 평정한 상태다. 한국인의 취향과 생활습관에 맞는 제품개발로 수입품에 맞서 시장을 되찾았다.

반면 다리미.면도기.커피메이커.전동칫솔 등 소형 가전제품은 필립스.브라운.소니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구조조정 때 사업을 포기한 곳이 많아 외국산의 무혈입성을 허용한 것이다.

문을 좌우로 여닫는 대형 냉장고는 1996년만 해도 월풀.GE가 6만대 시장을 독식했다. 그러나 삼성 지펠(97년 6월)과 LG 디오스(98년 12월)가 나오면서 외국산 판매량은 98년 3만3천대에서 지난해엔 1만4천대로 격감했다.

지난해 국산 대형냉장고는 10만대 이상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1월 냉장고 매출액 10억원의 80%를 국산이 올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는 수입품이 잘 팔리는 편인데도 냉장고는 국산이 우세하다" 며 "국산이 수입품에 비해 기능이 별로 뒤지지 않으면서 값이 싸 인기가 높은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신세계 본점은 삼성 지펠(7백75ℓ)을 1백76만6천원에 판다. 용량이 비슷한 GE제품(7백93ℓ, 4백15만원)의 절반 값도 안된다. 또 수입냉장고와 달리 냉동실을 서랍 형태로 만들고 한국인 식생활에 맞는 공간을 마련한 게 호평을 얻었다.

40인치 이상 초대형 프로젝션 TV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팔린 6만2천대 중 국산이 70%가 넘는다. 삼성 파브.LG 플라톤이 일본 소니 제품을 밀어낸 것이다. 값은 소니에 비해 별로 싼 편이 아니지만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국산을 찾기 때문이다. 43인치 기준으로 삼성은 2백78만9천원, 소니는 2백90만원이다.

세탁기는 GE.월풀.아에게.밀레.말보 등이 진출해 있으나 국산에 맥을 못 춘다. 국산은 용량이 13㎏까지 있으나 외국산은 5㎏이 가장 큰 것이어서 이불빨래가 곤란한 게 약점이다.

값이 비싼 것도 요인이다. 삼성은 10㎏ 제품이 60만원대이나 수입품(5㎏ 용량)은 말보 1백20만원, 아에게 2백40만원, 밀레 2백60만원 등이다.

소형가전에서 캠코더는 소니의 디지털 제품이, 카세트는 워크맨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캠코더는 삼성이 추격을 벼르고 있으나 소니의 인기가 날로 상승 중이다. LG는 아예 지난해 하반기 캠코더시장에서 철수했다.

면도기.헤어드라이어.커피메이커.다리미.전동칫솔 등은 필립스와 브라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가전회사들이 IMF 와중에 소형가전 부문을 대부분 포기한 여파다. 외국산은 높은 기술력으로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며 시장공략에 나서는데 반해 국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여서 경쟁이 안된다.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소형가전제품 매장에서 국산은 자취를 감췄거나 구석에서 천대받는 신세다.

전기면도기 시장은 면도용 크림을 내장할 수 있는 '필리쉐이브쿨 스킨' 제품이 석권했다. 필립스가 지난해 8월 시장에 내놓자마자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필립스의 커피메이커(뉴카페치노 HD 7400, 4만2천원)는 커피 추출 중 시음이 가능하고 청소와 조작이 쉬운 삽입형 필터홀더를 사용해 신혼부부나 독신생활자의 인기를 얻고 있다.

브라운 다리미는 다리미판이 긁히지 않도록 열판을 사용한 게 주부들의 호평을 사 시장을 휩쓸고 있다. 값도 6만9천원으로 다른 회사제품(10만원대)에 비해 싸다.

브라운의 또 다른 히트상품인 전동칫솔은 기존제품과 달리 속도를 1단.2단으로 조절할 수 있고 칫솔회전속도가 빨라진 점이 인기다. 칫솔 보관함을 3개로 늘린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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