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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MB 소통하라던 손학규, 군소야당과 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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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그간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불통정치’라고 비판해 왔다. 2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 “(이명박 정부의) 소통거부, 독단적 국정운영, 밀어붙이기가 오늘의 민생재앙을 가져왔다”고까지 했었다.

 손 대표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도 “국민의 소리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들어 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과 더욱 ‘소통’을 하란 요구였다.

 그런 손 대표에게 똑같이 ‘소통 부족’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청와대 회동 이틀 뒤인 29일.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국회에서 검찰의 전교조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후 기자들이 “민주당과의 통합 혹은 연대 문제가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 대표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손학규 대표가 취임한 이후 9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나와) 진지하고 실질적인 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국민참여당이 ‘통합’의 대상이라며, 당장이라도 한 살림을 차릴 듯이 말하고 있는데 대해 유 대표가 발끈한 것이다.

 유 대표의 말을 듣고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를 찾아갔다. 조 대표에게 ‘야권연대 등을 주제로 손 대표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조 대표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과정에선 (손 대표와) 한 번이라도 만나 논의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도 없었다”고 서운해했다. 민노당 핵심 관계자도 “이정희 대표 역시 손 대표와 따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지난 5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략적인 야권의 소통합주의를 경계하고,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내내 야권의 대통합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민노당 인사는 “손 대표가 대통령은 만나면서 왜 야당 대표들은 행사장에서 만나는 것 말고는 직접 만나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들과의 ‘소통’도 없이 어떻게 ‘야권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